[미래포럼]RFID는 신기루인가

[미래포럼]RFID는 신기루인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신문에 ‘퓨처 스토어’라고 새로운 정보기술을 탑재해 계산대를 없애 소비자가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정부가 이를 관심 있는 기술로 인식해 정보통신부의 IT839 연구개발 계획 중 RFID/USN 과제로 서둘러 채택했는데 마치 마술상자로 판단했던 것 같다. 이에 따라 2004년부터 관련 주파수 대역 분배, 시범사업 등이 연속적으로 착수돼왔다. 이 내용은 우리가 마치 세계 최초로 이 분야를 선도하는 것으로 오보되고 있었는데 문제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는 것으로 나중에 밝혀지게 됐다는 점이다. 기사의 내용은 RFID 국제표준을 구성하는 여러 주파수 중의 하나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유통 및 물류 분야에 응용이 가능한 900㎒ 대역의 주파수를 중심으로 반경 3m 이내의 물체를 인식해내는 기술이었다. 국제표준은 이 주파수 외에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스마트카드를 위한 주파수인 13.56㎒도 있으며 동물식별을 위한 저주파수도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 이 기술이 실제로 새로운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동력으로 우리에게 값어치가 있는 기술인지 한번 고려해볼 필요성이 있다. 신기술은 초기에 시장 형성이 어려우므로 정부가 도와주면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태그의 가격이 고가므로 단품에는 부착이 불가능하나 5센트(50원)대로 떨어지면 부착이 가능하다고 제조업계는 이야기한다. 물체에 대한 인식에서는 금속이나 액체의 인식률이 100%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는 할인점의 주인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 지갑에 대한 금액의 자동인출을 허용하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경우 구매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금액이 인출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도 불거져 나올 수 있으므로 쉽게 도입될 것으로 예측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는 박스나 팰릿 또는 고가품에서 한정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의 시범 사업은 SI업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전문 업체는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입찰로 단가 인하를 가져와 납품을 하고도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시장이 성숙돼 민간 부문의 수요가 창출돼야 할 것이나 도입 시기 예측이 매년 미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 전에 5년간 99조원을 투입하는 새정부의 신성장동력 개발 계획이 발표됐으며 여기에 다시 RFID/USN 분야가 포함돼 조달, 우편물류 등 정부 주도의 사업청사진이 제시됐다. 이 분야의 표준을 제정하는 나로서는 사업비 및 연구비가 투입되는 것이 반갑기는 하지만 지난 5년간의 투자에서도 시장이 창출되지 않았는데 현시점에서 5년간 더 투자를 한다고 해서 도입시기가 앞당겨지고 시장창출이 가시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점포당 수십억원의 투자를 업주들이 할 수 있을까. 현실을 직시한다면 시장이 요구하지 않는 기술은 아무리 요구를 해도 시장을 성숙시킬 수가 없다. 미래시장에 필요한 신성장동력 개발 과제에 관한 진지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제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늘어나는 휴대단말기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권영빈 중앙대교수, ISO/SC31 국내위원장, ybkwon@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