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파산을 선언한 리먼 브러더스의 자산 인수계약서 작성에 사용된 엑셀 문서에서 오류가 발생해 인수업체 측이 법원에 계약수정을 신청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15일(현지시각) 컴퓨터월드는 지난달 바클레이캐피털이 리먼브러더스홀딩스의 일부 자산을 인수하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사용된 엑셀 스프레드시트의 서식 재설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이 계약을 대리한 로펌 클리어리 고틀리브 스틴&해밀턴이 최근 미 뉴욕 파산법원에 계약수정을 요구하는 명령신청을 냈다고 보도했다. 바클레이는 영국 3위 은행으로 지난달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의 북미투자은행 및 자본시장 영업부를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키로 한 바 있다.
신청서에 따르면, 바클레이는 지난달 18일 저녁 7시 48분 클리어리 고틀리브에 계약 리스트가 담긴 스프레드시트를 보냈다. 2만 4000개 이상의 개별 셀로 구성된 1000개에 육박하는 데이터 열을 담은 이 시트는 당일 자정 이전에 파산법원의 웹사이트에 올려질 수 있도록 서식 재설정과 PDF파일 전환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밤 11시 37분, 클리어리 고틀리브가 변환된 파일을 법원에 전송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클리어리 고틀리브가 넘겨 받은 시트에는 ‘숨겨진(hidden)’으로 지정된 계약들이 존재했는데 이것들이 서식 재설정 과정에서 인수제안에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계약은 당초 계약대상에 없던 것들로 로펌은 잘못 포함된 179개의 계약조항을 제외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로펌 측은 “법원은 리먼매각 지연시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이 예상되는 긴박한 상황이었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며 “계약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말그대로 시계 추와 함께 움직였다”고 밝히는 등 계약서 작성당시 촉박했던 정황도 신청서를 통해 해명했다. 이번 신청에 대한 심문은 다음달 5일로 예정돼 있다.
엑셀 스프레드시트는 기업에서 데이터를 저장·분석하는데 사용되는 가장 인기있는 툴이다. 하지만 최근 사용자들이 PC에 보안설정을 하지 않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경향 때문에 해킹에 노출되는 등 보안사고가 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