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TV의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한 ‘잔여주파수(White Space)’를 무선 인터넷 대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6일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케빈 마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이 잔여 주파수를 무선 인터넷 대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잔여주파수는 내년 2월 아날로그 방송중단으로 발생하는 유휴주파수로 신호 도달 거리가 길고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구글·마이크로소프트·모토로라·델 등 IT사업자들은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은 기기라도 이 주파수 대역을 초고속 무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해 왔다.
마틴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방송 서비스에 대한 기술적인 간섭 문제가 없다면, 어떤 기기라도 빈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IT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2명의 FCC 위원이 잔여주파수를 무선 인터넷 대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마틴 의장까지 찬성 쪽에 가세함으로써 다른 위원들의 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IT업계 안이 수용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잔여 주파수 활용 문제에 대한 FCC 위원들의 최종 투표는 오는 11월 4일로 예정돼 있다.
마틴 의장 발언에 앞서 FCC 내 기술 시험부서인 OET(Office of Engineering Technology)가 내놓은 보고서도 IT업계에 우호적인 편이다. OET는 ‘TV 잔여주파수 대역용 기기의 성능평가보고서(Evaluation of the Performance of Prototype TV-Band White Space Devices)’에서 “여러 종류의 TV 잔여주파수용 기기를 실험실과 현장에서 테스트해 본 결과 적정한 기술 표준 하에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CBS와 ABC 등으로 구성된 미국 방송국협회, 스포츠 리그 관계자, 버라이즌과 같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잔여 주파수를 무선인터넷망으로 활용하게 되면 시청자들이 TV를 보는 데 지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이통사들은 결국 인터넷 사업자들만 유리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도너먼 맥시멈서비스텔레비전협회 의장은 “(마틴 의장의 생각은) 대다수 미국인들의 디지털 TV 시청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면서 “특히 아파트와 타운하우스 거주자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