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근 전략물자관리원장
요즘 중국발 멜라민을 사용한 식품확산은 경악할 수준이다. 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의한 미국발 금융위기, 원유가 폭등, 북한 핵 재처리 재개는 우리가 해결할 뾰족한 수 없이 주어진 환경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서 빚어진 엄청난 뉴스다. 위기가 심각해서 관심이 높지만 이러한 위기도 예견하고 방지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뉴스가 못 됐을 것이다.
전략물자수출통제는 무역업계의 국제규범으로서 위반한 업체에 위기가 잉태된다. 당장 위기가 아니고 국민은 관심이 없다 해도 기업인이 잠재적 위험요소를 방치하는 것은 문제다. 리먼브러더스도 당장의 욕심에 위험요소를 소홀히 했고 우리 중소기업이 키코(KIKO)에 가입해 위기에 빠진 것도 환율인하 추세가 바뀔 위험성을 소홀히 했을 뿐이다. 선진기업이든 잘나가는 기업이든 위험요소를 관리하지 않으면 지속발전하는 신화는 깨진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온 국민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를 몇 년째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눈에 보이는 위험 뿐 아니라 언제 무슨 위험이 닥칠지 불확실성 때문에 돈이 있어도 무엇을 시작하는 데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고수익은 원금조차 떼일 위험을 동반한다. 요즘 상황에 경제의 위험요소를 관리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진다는 산 교훈을 배우게 한다. 국제환경에서 보다 저렴한 물건이나 고수익 투자대상을 찾아 엄청난 자금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 위험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겨도 책임은 내가 져야 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을 스스로 갖추고 ‘나 자신’이 대응해야 할 과제다.
무역에서 전략물자관리도 마찬가지다. 국제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상품과 기술에 대한 수출국의 관리규범이었는데 안 지키는 기업이 재미를 보는 부조리로 인해 수입국이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 넘어가고 있다. 유럽에서 화학물질관리제도(REACH)가 내년 초부터 시행되고 미국에서는 2012년부터 수입되는 모든 컨테이너에 대한 검색을 수출항구에서 시행하도록 요구한다. 수출기업으로서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관리해야 하며 국가적 대응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기업활동에 불편을 느낄 때 규제철폐를 주장해왔고 정부는 대부분 수용해왔다. 그런데 그 규제가 없어져서 국제적으로 비즈니스할 때 괜찮다면 당연히 없어져야겠지만, 국제규범을 위반하면 수출이 불가능하고, 수출입을 금지당한다면 이는 지킬 수밖에 없는 규범이다. 힘들더라도 교육과 홍보를 통해 우리 기업이 지키게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기업이 지키려면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이 필요할 것이므로 사람도 키워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경쟁국보다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하려는 취지로 전략물자관리원은 논문공모전을 가졌다. 지난달 26일 입상자 발표대회가 있었는데 무관심 속에서도 미래의 위험을 완벽하게 관리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한다. 특히, 위반기업에 대한 처벌수준이 낮으면 산업계에서 지켜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보다는 귀찮은 규제로 인식하게 된다는 논증이나 초등학교 교사의 다양한 제안을 담은 논문이 입상한 사실은 전략물자관리의 중요성이 국민 속에 파고들고 있다는 증거로 생각된다.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응모자들이 우리 무역발전을 돕는 전문인력으로 성장해나갈 것과 기업이 위험관리능력을 갖추고 지속발전과 고수익을 이뤄내며 이제 위기가 우리 경제로부터 사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