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

위기상황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

 ‘세계증시 기록적 폭락’ ‘세계가 IMF 쇼크 맞은 듯’ ‘한국경제 위기상황 치닫나.’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등장한 조간신문 머리기사다. 신문 머리기사를 봐서는 세상이 금방이라도 뒤집힐 듯한 형국이다.

 오늘도 아침 출근길에 보는 세탁소 아저씨는 변함없이 “세탁∼, 세탁∼”을 외치고, 동네에서 출발하는 버스기사 아저씨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반갑게 “안녕하세요”라고 손님을 맞이한다.

 그러나 출근 후 사무실에서 접하는 인터넷은 ‘위기! 폭등! 폭락!’ 등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듯한 언어로 도배다. 머리를 들어 사무실을 둘러보니 우리 직원들은 국정감사 준비로 열심히 씨름 중이다. 지점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울린다. 언론에 나온 보증공급 확대니, 키코(KIKO) 피해기업 구제니 하는 내용을 자세히 물어온다.

 갑자기 머리가 혼란하다.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세상은 난리인데, 실제로 접하는 세상은 너무나 평온하다. 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님 수개월간 계속되는 호들갑에 무덤덤해서일까. ‘무관심해서?’ 아니다. 모두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뭐라 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내가 속해 있는 기술보증기금도 세상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에서도, 2001년도 벤처기업의 부실화와 회복과정에서도 우리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서 언제나 그 자리를 그림자처럼 지키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공기업 선진화에 기보가 통폐합 대상이다, 아니다.’ ‘KIKO 피해기업을 기보에서 구제해 준다! 도덕적 해이다’ 등등.

 세상의 관심과는 무관하게 1000명의 우리 식구는 아침에 세탁소 아저씨, 버스기사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300만 중소기업지원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중국 명의 편작에 관한 일화로 ‘묵묵히 추구하는 삶’이라는 내용이 있다. 그의 형들이 훨씬 뛰어난 의술로 병이 나기 전에 치료를 해서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고 묵묵히 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강일호 기술보증기금 홍보팀 차장 kih@kib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