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차세대 DVD 포맷 승부에서 도시바의 HD DVD를 물리치고 승리한 블루레이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승리감에 도취할 사이도 없이 위성·인터넷의 도전이 밀려드는데다 가격도 아직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을 웃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대목을 앞두고 전열 재정비에 여념이 없는 블루레이의 도전과 과제를 집중 조명했다.
◇운명의 기로에 선 블루레이=올초 차세대 DVD 시장의 주도권을 쥔 이후 블루레이 진영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블루레이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초라하다. 시장 조사 업체인 팍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독립형 블루레이플레이어의 미국 가정 보급률은 1.7%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굳이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사지 않고도 고선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위성방송 사업자인 디렉TV는 지난해 말 기준 95개였던 HD채널을 지난 7월까지 130개로 늘렸다. HD 영화 VOD 서비스도 개시했다. 디쉬네트워크도 최근 풀 HD 영화방영 계획을 발표했다. 부두(Vudu)의 HDX 서비스나 애플의 애플TV를 통해서 HD 영화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아 즐기는 사용자도 적지 않다. 케이블 사용자의 경우 컴캐스트 등이 제공하는 셋톱박스를 통해 다양한 HD 채널을 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선명 콘텐츠 시장에서 블루레이가 단지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로 이행하는 가교로서 디스크 매체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대두됐다.
◇블루레이, 시장 포기 못한다=위기감이 고조되자 블루레이 플레이어 업체들은 그동안 시장 확대의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가격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섰다. 현재 다수 업체들이 500달러 안팎에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판매 중이지만 소니와 삼성전자는 지난달 보급형 플레이어의 가격을 기존 399달러에서 299달러로 대폭 낮췄다.
베스트바이는 대만 브랜드인 인시그니아 제품을 229달러에 판매 중이며 HDTV 고객에게는 14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3분기에 블루레이플레이어 가격은 평균 12%나 떨어져 350달러 선에 머물렀다. 초기 구동 시간 단축 및 화질 개선 등의 노력 외에도 블루레이 업체들은 디스크를 플레이어에 넣기만 하면 영화 클립이나 양방향 게임 등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BD라이브’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웠다.
월트디즈니사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블루레이판을 발매하면서 블랙베리나 아이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다수 사용자가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무비 챗(movie chat)’ 기능을 선보였다.
◇최상의 품질로 승부수=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블루레이가 인터넷이나 위성TV를 통해 HD 콘텐츠를 보는 것보다 편리하고 대역폭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최상의 화질을 제공한다는 점을 들어 ‘아직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디스플레이서치의 폴 에릭슨 애널리스트는 “블루레이의 품질이 현재 관련 업계에서 최상급”이라며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1080p 수준의 풀 HD 영상을 제공하는 반면 타 매체들은 720p에 불과하다”고 비교했다.
프라사나 가네산 부두 최고기술책임자는 “부두의 HDX 기술도 최상의 인터넷 기반의 HD 콘텐츠 품질을 보장하지만 블루레이와 동일한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할 만한 대역폭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인정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