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PTV, 와이브로 정책 재조정하라

 도대체 답이 없다. 새 정부 방통융합 정책의 상징인 IPTV와 와이브로가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21조원의 생산과 4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핵심 도구인 양대 프로젝트가 겉돌고 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론칭 조차 될지 의심 스럽다. 방송통신 환경 자체가 신 성장 엔진을 가동할 만큼 녹록지도 않을 뿐더러 정부의 지도력조차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양대 신 성장동력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재조정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 할 수 있는 분야와 하고 싶은 분야를 구분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자 투자유도, 그에 따른 신규 서비스 활성화를 기하는 실현 가능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IPTV와 와이브로는 노무현 정부의 성과물이다. 이명박 정부는 배아 단계인 이들 산업을 획기적인 상용화를 통한 성장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지금의 정책이 당시 시각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급격한 경제 악화와 정책 대응 파워가 커질 대로 커진 사업자들의 태도 변화, KT사태와 같은 일련의 돌발변수 등이 겹쳐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에 대한 본질적 반성이 요구된다.

 IPTV의 경우 시작도 하기 전에 흐지부진이다. 상용화 일정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지상파 실시간 재전송 협상은 난항이다. 탈출구가 절박한 KT만이 몸이 후끈 달아 동분서주이지만 여타 사업자들은 투자 대비 수익성 따지면서 여전히 주판알을 퉁기고 있다. 그나마 KT조차 남중수 사장의 검찰 수사로 동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설혹 방송사들과의 협상이 원만히 타결돼 연내 상용서비스에 나서더라도 대대적인 프로모션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 초기 투입되어야할 마케팅 비용과 인적 자원 동원력은 가히 전사적이 되어야 할 텐데 회사 자체가 외풍 쓰나미에 휩쓸려 있는 판에 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와이브로 역시 난제 중의 난제로 변하고 있다. 한국형 원천기술과 서비스라는 본원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시장 성공은 오리무중이다. 이를 감당해야할 대형 사업자들은 기존 시장을 잠식할 우려 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이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가 전화번호 부여 등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업자들이 응할 리 만무하다. 기득권 포기하면서까지 신규 서비스 도입하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불투명하다. 세계적인 신용위기는 이제 실물 경제로 전파됐고 모든 경제 주체들은 지갑 속의 돈이라도 확실히 챙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불리한 환경에서. 가장 불투명한 신규 서비스를 시작하라고 다그쳐 봐야 효과가 없다. 다급한 방통위는 기술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주 KT의 와이브로 개통식에 때맞춰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한국형 통신 수출을 지원했다. 각 상임위원들도 외교 현장에서 우리 기술의 현지 진출을 돕기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종주국인 한국에서 상용 서비스가 지지부진인 실정에서 이들의 노력이 얼마나 현지인들에게 먹혀들지는 미지수이다.

불씨라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서로 모여 흉금을 털어놓고 토론부터 하라. 서로 수용할 만한 적정선의 타협점을 찾고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지원할 부분은 확실히 밀어주고 사업자들 역시 성장동력만큼은 훼손하지 않는다는 미래가치를 담보해야 한다. 지금은 양쪽이 서로 ’해라-못한다’하며 삿대질로 시간 보낼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