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로 무장한 과학기술대학교를 설립, 첨단 기술 개발과 우수 연구 인력 유치에 나선다. 더욱이 이 대학교에서는 그간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 교육에 채워졌던 빗장까지 풀어질 예정이어서 국가 개혁에 대한 사우디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개교 예정인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가 세계 6위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고 전 세계 최상위 연구 인력의 흡수를 꾀한다고 전했다. KAUST는 종교적인 보수주의가 사회 전반을 통제하고 있는 사우디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이자 자국내 유일의 무역항인 홍해 연안 제다(Jeddah)에 세워진다.
이 대학에 도입되는 슈퍼컴은 시속 최대 340㎞에 이르는 송골매를 본따 ‘샤힌’으로 명명됐으며 222테라플롭스의 연산 처리 속도를 갖게 될 예정이다. 대학 측은 3D로 홍해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거나 원유 매장지를 모델링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샤힌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퍼컴은 KAUST는 물론이고 코넬대·옥스퍼드대·스탠퍼드대 등 협력 대학에도 제공된다.
슈퍼컴의 도입을 맡고 있는 마지드 알가슬란은 “슈퍼컴은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지식 기반 경제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 100억달러의 재원으로 설립되는 KAUST는 바이오·생명과학, 소재 과학 및 엔지니어링, 응용수학, 컴퓨터과학 등 분야에서 전폭적인 연구 자금 지원을 약속하며 전 세계 전문가들을 영입할 계획이다. 특히 이 대학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성별에 따라 엄격히 분리되고 여성의 교육 기회가 제한돼 온 기존 교육기관과 달리 남여 공학의 자유로운 수학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