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정보기술(IT)이 ‘절반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월스트리트저널·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인터넷 선거’로 인해 확 달라진 선거 운동과 전자 투표 시스템 도입에 보수적이었던 미국의 조심스러운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무엇보다 IT 강대국인 미국의 새로운 정치 실험이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아직 선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촌’ 유권자를 잡아라=최근 로이터는 30세 미만 유권자, 일명 ‘Y세대’ 젊은이들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전했다. 전체 유권자의 25%를 차지하는 이들의 투표율이 50%를 웃돌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했던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요인 중 하나가 ‘온라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마이스페이스 등 젊은 세대들이 각광하는 SNS를 활용한 선거전에서 승리했다고 평가되는 오바마의 막판 뒷심이 지속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유권자 ‘친구’의 수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4배 이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례로 올 초 민주당내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한 요인 중 하나로 버락 오바마에 비해 온라인에 공을 들이지 않은 점을 꼽았다.
크리스틴 윌리엄스 벤틀리대학 정치학 교수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한 경선 과정에서 유권자와 온라인에서 친밀한 관계를 구축해온 오바마가 유리했다”고 말했다.
◇전자 투표 시스템, 선거 풍경 바꾼다=이번 선거에서는 터치스크린 방식 등을 기반으로 한 전자 투표 시스템 역시 확산의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1960년부터 사용해온 전산 처리용 투표용지 대신 터치스크린이나 키패드를 통해 한 표를 행사하는 전자 투표 시스템을 채택하는 지역이 늘고 있는 것.
이번 선거에서는 24개주에 포함된 군에서 전자 투표 시스템을 활용할 예정이다. 일부 지역은 광학 스캐너에 종이 투표용지를 넣는 방식을 병행할 계획이다. 챨스 스튜어트 MIT 교수는 “이번 대선을 통해 미국에서 전자 투표 시스템이 한발짝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터 분석·불신 해소 과제=그러나 전문가들은 온라인과 전자 투표 시스템을 필두로 한 미국의 전자 민주주의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온라인을 통한 유권자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과연 이것이 얼마만큼 투표로 연결된 것인지, 또 여론조사 등을 통해 얻은 데이터의 신뢰도는 어느 수준인지 또 다른 의문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양적으로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인터넷 선거가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려면 데이터를 꼼꼼이 분석하는 ‘웹 분석학’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전자 투표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 미국은 지난 2000년 플로리다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이기면서 전자 개표 오류 논란이 뜨거웠고 최근까지 유권자들이 종이 투표용지를 고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뉴욕주립대의 브레넌센터에서 투표기술 프로젝트를 이끄는 로렌스 노든은 지역이 광대하고 유권자 수가 방대한데다 선거 제도가 복잡한 미국에서 전자투표는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