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소프트웨어(SW) 업체의 수익성 향상과 공공사업 참여 확대를 위해 도입된 ‘SW 분리발주제’가 겉돌면서 급기야 20일 국감에서 도마에 올랐다. 이날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은 “2007년 공공기관 SW 분리발주가 전체 사업 155건 중 20건밖에 되지 않아 시행률이 13%에 불과하다”며 이 제도의 유명무실함을 지적했다.
실제로 그동안 SW업체들의 염원이었던 분리발주제를 시행한 지 1년여가 됐지만 강제성이 없는 등 여러 이유로 아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5월 SW 분리발주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이후 지난해 겨우 19건의 분리발주가 이루어졌다. 올해에는 40건의 분리발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0월 초 현재 19건만 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올해 목표한 40건의 분리발주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나마 올해 집행한 19건은 분리발주 경험이 있는 정부통합전산센터와 우정사업정보센터가 주로 발주했다니 다른 기관으로의 확산은 요원한 편이다. 당연히 이 제도에 큰 기대를 걸었던 업계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SW전문기업협회가 200여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 정도가 분리발주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영세한 국내 SW업체를 돕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가 왜 이렇게 됐을까. 무엇보다 강제성이 없는 것이 큰 이유다. 즉,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이 제도가 명시돼 있지만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안 해도 되고 ‘하면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제도는 공공시장의 왜곡된 프로젝트 수주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루속히 이 제도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국내 SW업체는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IT서비스업체에 예속돼 제대로 된 SW 값을 받지 못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10억원 이상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 중 5000만원 이상인 SW에 IT 서비스 업체 일괄 발주에서 분리, 발주하도록 한 것이다. SW 분리발주제는 제값 받기뿐 아니라 이를 실행함으로써 기술력 있는 기업을 키운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분리발주를 거쳐 공공사업을 수주한 업체들은 “일괄 발주에 비해 10∼20%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거나 “고객과 직접 계약하고 솔루션을 공급하니 서비스 품질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삐걱거리는 SW 분리발주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요구된다. 우선 가이드라인 수준의 이 제도를 법률이나 고시 형태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실제 분리발주를 담당하는 담당자들의 입지도 넓혀줘야 한다. 현재의 분리발주는 취지가 좋지만 실무진에게는 번거롭고 위험한 일이다. 이는 대형 IT서비스업체 대신 영세한 중소 SW업체를 파트너로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분리발주에 대한 공공기관의 교육뿐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인센티브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SW업체들은 분리발주 시행으로 독립성이 커진만큼 더욱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