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규정하는 여러 특징이 있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IT 산업 발전과 생명과학기술·정보통신의 확대처럼 형상화된 것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신용카드 문화의 확산이다.
20세기의 위대한 발명품인 신용카드 역시 우연한 사건에 의해 비롯됐다. 시카고의 사업가 맥나마는 지갑을 챙기지 않고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하려다가 낭패를 겪었다. 1950년 다이너스카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저녁식사를 하며 겪은 아픔이 얼마나 컸던지 신용카드를 위한 회사 이름도 저녁식사(Diners)와 동료(Club)로 만들었다.
신용카드 보급은 통신기술의 발달과 암호기술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돈 하면 파란 배추 장의 1만원짜리를 떠올리지만 이젠 세상은 0과 1이란 부호화된 전자화폐가 통신케이블을 타고 옮겨다니고 있다.
86년 이지체크기가 보급되면서 국내 신용카드 시장의 활성화에 결정적 모멘텀이 된 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를 통해 지난해만 254조원의 돈과 1일 1000만건의 사용실적을 보이고 있다.
현실의 세상이 이럴진대 법 테두리는 아직도 산업혁명 시대의 잣대를 면치 못하고 있는 듯하다.
20세기 도둑들이 돈통을 갖고 튀었다면 21세기 도둑은 신용카드 가맹점의 POS단말기의 데이터를 USB에 담아 복제신용카드를 만들거나 복제 현금카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08년 신용카드 사용액 300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150만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고 있다. 뒤늦게나마 금융위원회가 POS단말기의 위험성을 깨닫고 감독규정을 신설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충격파를 지켜보며, 정책당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게 됐다.
때늦은 감도 있고 충분하지는 않지만 정책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박종국 한국정보통신 팀장 jkukpark@kic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