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대표 기업을 비롯, 정보기술(IT) 기업체들의 감원이 본격화되면서 2000년에 이어 신생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2의 닷컴 붕괴 조짐이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부동산 및 금융 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인터넷 및 IT 업계의 잇따른 대량 감원 사태를 불러오면서 인터넷 `버블 붕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0일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최근까지 투자자들의 돈이 쏟아져 들어와 부러움을 사고 직원들의 사치스런 씀씀이로 주목을 받던 IT 업계의 갑작스런 대규모 인력 감축은 닷컴 `운명`의 대반전을 암시한다.
IT 업계에선 대규모 감원이 일시적인 경기 하락의 영향인지, 8년전 닷컴 붕괴의 전조인지를 놓고 논란과 해석이 분분해질 전망이다.
IT 전문가들이나 투자자들은 잇단 감원이 닷컴의 `재앙`을 반영한다기 보다는 금융 위기에 따른 자금난에 대처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다.
벤처 투자 자금을 더 많이 유치하기 어렵다면 기업 규모를 조기에 삭감함으로써 회사가 오래 생존할 수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실리콘밸리 지역에 위치한 검색 엔진 `서치미` 최고경영자(CEO) 랜디 애덤스는 "2000년 닷컴 붕괴 당시 감원을 조기에, 대규모로 단행한 기업들이 더 성공했다는 교훈을 얻은 바 있다"고 말했다.
서치미가 최근 회사 간부진 11명을 해고한 것을 비롯, 지난 2주간 여타 중소 인터넷 기업들의 감원이 잇따르고 있다.
비디오 블로그 사이트인 `시즈믹`이 직원 7명을, 온라인 광고 네트워크인 `애드브라이트`가 40명을 감축했으며 뮤직사이트 판도라가 20명을 줄였다.
성인 포토사이트 `지비티`가 직원 8명을, 소셜 네트워크 `하이파이브`가 12~19명을 각각 감축했다.
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기업들의 몸집 줄이기 움직임은 신생 인터넷 기업에 한정돼 있지는 않다.
인터넷 쇼핑몰 이베이가 직원 1천600명 감축 방침을 이미 밝혔고 야후는 내부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직원 1천명 이상을 대량 감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별다른 수익원 없이 살아남아야 하는 창업자들에게 유일한 생명줄인 벤처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벤처 투자자들은 최근 경기 침체의 장기화를 예고하면서 창업 회사들에게 감원 등 몸집 줄이기를 서두르도록 경고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여타 산업 분야에 비해 비교적 많은 투자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실리콘밸리에 `근검절약`이 새로운 기업 문화로 등장했다.
검색 엔진 서치미는 회사가 제공해온 `공짜 점심`, 회사 비용으로 지불하던 직원 마사지 서비스나 헬스클럽 이용권 등을 아예 없애 버렸다.
서치미는 적어도 2009년까지 버틸 수 있는 풍부한 투자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직원을 해고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감원은 물론 직원들에 대한 복지 서비스 비용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지비티는 향후 1년 6개월내 상당한 수익을 예상하고 있지만 직원 해고 방침을 시행에 옮겼다.
결국 많은 인터넷 창업자들이 8년전 닷컴 붕괴의 교훈을 되새기듯 경기 침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글로벌 경제의 `장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IT 업계에 또한번 붕괴 사태를 맞지 않을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