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의 최대 축제인 ‘벤처코리아 2008’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22일 막을 올린다. 세계 경제가 침체돼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행사는 특히 올해가 벤처특별법 10년 연장의 첫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여년간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를 받쳐온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미 지난 2006년 연간 총매출 100조원과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한 벤처기업은 기업당 평균 매출과 평균 이익이 보통의 중소기업보다 훨씬 높다.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인 고용창출 면에서도 벤처기업은 90년대 후반부터 20% 이상의 고용 증가율을 보이며 같은 기간의 대기업(5∼6%)을 압도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어느덧 벤처기업 수는 현재 1만5000개를 넘어섰고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원도 50여만명이나 된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벤처기업도 해마다 늘어나 지난 2005년 68곳에서 지난해에는 150곳을 돌파했다.
사실 우리 벤처기업이 이같이 성장한 데는 정부의 지원이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각종 세제 혜택과 회수 시장 확대, M&A 활성화 등을 담은 벤처특별법이 올해 다시 10년간 연장된 것이 그 좋은 예다. 최근에는 하반기에 예정된 모태펀드 출자 규모가 당초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또 중소기업청은 내년 창업지원 자금을 올해보다 두 배 가까운 1조38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 벤처 환경을 돌아보면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다.
무엇보다 벤처 투자의 수익률이 높아져 투자, 성장, 회수의 선순환 구조가 역동적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벤처1000억클럽 같은 스타벤처기업이 200개, 300개 계속 탄생하려면 정부 지원은 물론이고 벤처기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과 벤처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텐데 이것도 미흡하다. 실제로 우리 벤처캐피털은 당연히 위험 초기에 투자해야 함에도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는 갈수록 줄고 있다.
얼마 전 방한한 미국의 한 대표적 벤처캐피털 창업자는 “벤처캐피털은 대부업자가 아니다”면서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고 밝혔는데, 우리 벤처캐피털이 명심해야 할 내용이다. 대표적 벤처창업자인 안철수씨가 최근 “한국은 인력의 전문성, 인프라, 대기업의 거래 관행 모든 면에서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지적한 것도 곱씹어봐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갈수록 위축되는 것도 우려스럽다. 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을 졸업한 미취업자 10명 중 4명이 고시에 매달리고 있고, 대표적 과학영재인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 가운데 절반이 의과대학을 택하는 현실은 모험과 도전보다 편안함을 선호하는 요즘 젊은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이달 말부터 11일간을 ‘기업가 정신 주간’으로 정했을까. 지난 10여년간 놀라운 양적 성장을 이룩한 우리 벤처기업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더불어 투명,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적 중견, 대기업으로 커가야 하는 것이다. 이 도전이 성공할 때 한국경제도 그만큼 우뚝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