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많은 유료방송 사후규제 `발등의 불`

소비자원 접수 1000건 넘지만 처벌근거 없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국소비자원 케이블TV방송 관련 불만 접수 현황

 유료방송 서비스에 대한 가입자 불만이 높아지면서 방송사업자에도 강력한 사후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케이블TV 방송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한 해 1000건이 넘는 등 시장이 혼탁한 상황이지만 이의 규제 근거는 전혀 없다. 통신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통해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는만큼 방송과 통신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방송법에는 방송시장에서 경쟁 저해 및 소비자 이익 침해 행위 등이 있어도 이를 처벌, 관리할 근거조항이 없다.

 방송법은 유료방송 사업자가 이용요금이나 기타조건에 대한 약관을 신고하고 요금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사전규제 조항은 있지만 사후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방통위는 이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업계 개인정보 유용과 관련해 케이블TV 방송사업자 조사도 실시했지만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가 적발됐더라도 이에 시정조치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면서 더욱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케이블TV 방송사업자의 소비자 권익침해 신고 건수는 2006년 942건에서 지난해 1056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는 10월 현재 774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자가 무단으로 채널 서비스를 중단하고 이사 시 위약금을 청구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이재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통신정책연구실 방송정책그룹장은 “상대적으로 방송 시장에 규제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명한 시장을 위한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통신서비스와 비교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통신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공정한 경쟁 또는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명확하게 지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 수위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유료방송 시장의 문제를 놓고 시정명령을 하고 있지만 일과성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사업자의 사후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통합 법안 제정에 착수한만큼 방송의 사후규제도 새로운 법에 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방송통신기본법을 완성한 후 방송통신사업법을 만들 때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