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진 21일(현지시각) 미국 정보기술(IT)업계에는 극도의 불안과 안도의 한숨이 교차했다.
야후·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이 잇달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발표, 경기 침체에 대한 비관론을 확산시켰다. 막판에 불씨를 살린 것은 애플이었다. 이 회사의 분기 순이익이 26% 증가, 투자자들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R’의 희생양들=IT 분야에도 경기 침체(Recession) 유탄을 맞은 기업들이 잇따라 출현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인터넷 분야에서는 야후, 컴퓨팅 분야에서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희생양이 됐다.
휴대폰 칩을 생산하는 TI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5억6300만달러, 매출은 7.5% 감소한 33억9000만달러에 머물면서 주가가 최근 5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TI는 “최근 칩 주문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면서 경기 침체가 매출 하락의 원인이었음을 시사했다.
야후는 그야말로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온라인 광고 매출이 둔화하면서 순익이 전년 동기 1억5130만달러에서 5430만달러로 64%나 급감했다. 인력 10% 감원 조치를 발표한 야후는 다시 마이크로소프트의 M&A 먹잇감으로 거론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컴퓨팅 분야에서는 IBM과 HP 틈바구니 속에서 잘 버텨온 선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널리스트가 추산한 이번 분기 선의 손실액은 1억8500만∼2억6000만달러에 이른다. 조너선 슈워츠 선 CEO는 “선과 우리의 고객들이 경기 둔화(slowing economy)로 인한 충격에 직면해 있다”고 고백했다.
◇브로드컴 ‘날고’ 애플은 ‘뛰었다’=이러한 가운데서도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은 ‘표정 관리’를 해야 할 정도로 큰 순익 성장을 일궜다. 3분기 브로드컴의 순이익은 1억649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배나 치솟았다. 특허 공방을 치열하게 벌인 기업답게 모바일 및 전자 제품의 기술 로열티 매출이 크게 늘었다. 브로드컴의 칩은 올해 대박 상품으로 꼽히는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과 닌텐도의 게임기기 ‘위’에 모두 쓰인다. 히트 상품의 선순환 고리에 자리를 꿰찬 셈이다.
애플 역시 독보적인 실적 발표로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맥북’ ‘아이팟’ ‘아이폰’ 등이 골고루 매출을 일으키면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났다. 이로써 애플은 9분기 연속 시장치를 웃도는 순이익 발표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현재 글로벌 경기 침체 풍랑이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애플은 이 풍랑이 멈출 때까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7월 선보인 아이폰이 현재까지 689만대 팔렸으며 RIM의 블랙베리 분기 판매량을 첫 추월했다고 밝혔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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