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매체융합 콘텐츠 육성 방안

[ET단상] 매체융합 콘텐츠 육성 방안

 IPTV 서비스가 지상파 실시간 재전송 문제를 예상보다 빨리 풀 수 있었던 것은 미디어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업계 간의 고민이 절충된 상황 때문일 것이다. 3년이나 걸려 시작하게 된 IPTV 쪽은 지상파 실시간 재전송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염두에 뒀겠지만, 지상파 측에서도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 재전송 서비스로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기에는 향후 한계가 있을 것임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그렇지만 IPTV의 콘텐츠 부족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안팎으로 겪게 될 매체 환경의 변화와 콘텐츠 확보전은 신생 플랫폼인 IPTV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IPTV 콘텐츠 부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일단, 최근 부각되고 있는 크로스플랫폼을 이용한 매체융합 콘텐츠 전략과 글로벌 콘텐츠 트렌드 속에서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매체융합 콘텐츠 육성의 선결 조건은 기존 플랫폼이 융합할 수 있는 크로스플랫폼 환경 조성이다. 플랫폼 간 공동 제작 등의 교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현재와 같은 지상파 콘텐츠 독과점이 고착된 이유는 플랫폼 간 실질적인 제작 역량 차이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제작 역량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생 플랫폼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의 공동제작에 참여해 포맷을 개발, 단시간에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역시 제작비 부담과 시청률 확보에 따른 흥행 위험성을 분산할 수 있다.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이미 동일한 소재의 드라마를 플랫폼별로 모비소드(mobisode)나 웨비소드(webisode)라는 포맷으로 개발하는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적용하는 예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 트렌드는 개별 프로그램의 수출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국가별로 존재하는 문화적 할인을 피하고, 라이선스를 이용한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주목하고 있다. 또, 플랫폼별로 공동 제작을 함으로써 제작과 흥행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경감시켜 매체융합 콘텐츠가 불황기에 콘텐츠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제작비 거품을 줄이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유럽식 콘텐츠 개발 방식으로, 현재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중심이 돼 리얼리티쇼와 퀴즈쇼 포맷을 개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다양한 콘텐츠 역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문화적인 배경과 정서가 비슷한 일본의 콘텐츠가 아시아 정서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국제 경쟁력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제대로 된 트렌드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 지상파 NTV는 11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배급하는 크로스플랫폼 형태의 콘텐츠 기획과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콘텐츠 독과점으로는 글로벌 콘텐츠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없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콘텐츠 기획과 개발에 대한 국내 콘텐츠 업계의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홍진기 콘텐츠랩 대표 jinkihong@contentlab.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