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대한민국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직접 육성할 22개 신성장동력을 발표했는데 RFID/USN이 포함됐다.
RFID는 전자태그에 저장된 정보를 무선 주파수로 자동 인식하는 기술이며, USN은 센서로 주변 정보를 수집해 센서 네트워크를 거쳐 정보를 전달, 가공하고 활용하는 기술이다. 미래 지능기반사회에서 IT 산업 분야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꼽힌다.
그러나 RFID/USN 솔루션만으로 시장이 형성되기보다는 기존 또는 신규 IT와 결합해 시장이 형성되거나 적용될 분야의 프로세스 개선 또는 신규 프로세스 도입의 수요가 있으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 RFID는 이력관리 및 추적성이 요구되는 유통, 물류, 보안, 의료관리 등의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USN은 u시티, 물류·유통, 재해방지, 안전, 군사, 홈네트워크, 헬스케어, 자동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특징 때문에 RFID/USN 분야는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여겨지고 시장의 관심을 받으며 많은 기업의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학계 및 대기업 중심으로 기초, 기반 기술 확보에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편으로 중소 전문 업체들은 해당 분야의 산업 지식(industry knowledge)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네트워킹 관련 분야 실적과 경험, 기술력 등에서 지난 수년간 수위권을 지켜온 IT 전문기업으로서 2005년부터 RFID/USN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전문 컨설팅 및 솔루션 개발팀을 조직해 국내 최초로 RFID 기반 (대관령) 한우생산이력관리 사업을 시발로 유물관리, 전시관람, 환경·재난 감시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이미 과거 수년간 정부 지원하에 여러 사업이 추진돼오며 사업 모델의 폭이 확대되고 있지만 민간 차원의 시장 창출로 이어지지 못해 전문 분야별 시장 확대는 더디기만 한 현실이다. 또 시장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인데도 많은 사업이 대형 IT 서비스 업체가 주도하는 구조로 흘러가면서 전문업체들이 대기업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하며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많은 응용기술 분야의 하드웨어, 미들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연구, 개발, 수행 등의 역할을 중소 전문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지나친 사업 참여는 중소업체의 의지를 꺾고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저해하므로 당국의 간여와 대기업의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RFID/USN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기술 표준화, 확산을 위한 법제화, 보안 문제 해결, 주파수 확대, 일부 기술적 한계 극복 등 난제가 많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시장의 관심이 지대한만큼 미래 지식 서비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발돋움하리라는 기대에는 의심이 없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개발자금 지원, 시범사업 지원 등만으로 정부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중소 전문업체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과 솔루션으로 사업을 일궈내고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로 나아가는 모습이 당초 정부가 기획하고 기대했던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윤상화 에스넷 시스템 사장 swyoon@snetsystem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