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마음 읽은 ‘바람의 나라’

[기자수첩] 소비자 마음 읽은 ‘바람의 나라’

 송일국 주연의 드라마 ‘바람의 나라’가 방송국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아닌 동영상 포털사이트 판도라TV에서 먼저 VoD로 서비스되고 있다. 얼핏 보면 그저 VoD를 빨리 볼 수 있는 채널이 바뀐 것에 불과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려는 시도로 콘텐츠 제작·유통방식이 변화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바람의 나라’의 판도라TV 서비스가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는 UCC에서 저작권 침해 논쟁의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판도라TV는 온라인 서비스를 하면서 이용자가 2분 이내 저작물은 자유롭게 편집·활용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 기존 창작물을 패러디하는 데 걸림돌이 돼온 저작권 침해 문제의 해법을 서비스 사업자가 나서서 마련한 셈이다. 이미 발빠른 이용자가 드라마 주요 장면을 반복적으로 편집해 합성한 패러디 UCC는 새로운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유통의 축이 방송사에서 제작사 쪽으로 기울면서 소비자를 고려한 다양한 유통 방식이 시도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바람의 나라’가 판도라TV에서 먼저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 판권을 KBS의 자회사인 KBSi가 소유하던 관행에서 탈피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온라인 판권은 SK브로드밴드 미디어가 소유하고 있다.

 방송사 주도의 유통 환경에서 TV 방영-자회사 인터넷 VoD 서비스-재방송-IPTV 유통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방식이 소비자가 드라마를 가장 최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다각적인 시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바람의 나라’가 기존 유통 관행을 깬 예외적인 사례임은 확실하지만 성공 사례라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결국 다양한 시도 끝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탄생하고,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도 나오는 것이다. 바람의 나라의 성공 여부를 떠나 신선한 시도가 박수를 받을 만한 이유다.

  이수운기자<생활산업부>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