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위기속 IT 주가 올해 `반토막`

미국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첨단 정보기술(IT) 선두업체들도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베이와 구글, 인텔, 애플 등 미 실리콘밸리 대표 기술업체들의 주가가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들어 대부분 거의 `반토막` 상태로 여타 부문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과 포레스터 리서치 등 시장 분석기관들에 따르면 애플과 인텔, 구글 등은 매출과 순이익 등 면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 주가는 지난해에 비해 30~50% 가량 급락했다.

이베이는 10월 중순 기준으로 주가가 지난해에 비해 54% 폭락해 투자자들의 극심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불경기 양상 속에서 대형 기술업체들이 실적 올리기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과 요동치는 주식 시장 등 악재에 휘말려 들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끌어왔던 구글은 주요 광고주들이 인터넷 광고 비용 지출을 대폭 줄여 나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글은 올해 3.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10억7천만 달러에 비해 26% 상승한 13억5천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2.4분기의 35% 증가에 비하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

구글은 의류와 가전 제품의 광고가 대체로 상승세를 유지한 반면 금융과 자동차, 부동산 업계 등의 광고는 떨어지고 있다.

인텔은 3.4분기 수익이 12% 이상 상승했다고 발표했으나 올해 들어 최근까지 주가가 대략 43% 떨어졌고 애플도 수익성 호전 발표가 무색해지듯 주가가 50% 안팎으로 낮아진 상태다.

애플은 노트북과 아이팟 등 주요 제품 기능을 다양화하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도입하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경쟁업체에 비해 여전히 가격은 높은 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양상이 조기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제아래 2009년 중반까지는 주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기술업체들의 경우 경기 침체가 소규모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가속화하고 기술적 우위를 유지할 기회가 될 수 있어 첨단 기술 시장의 판도 변화가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코트라 조미희 연구원은 "미국의 가전 소비 하락 등이 IT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IT 주요 업체간의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첨단 기술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