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의 2억 PC 사용자와 전쟁을 선포했다.
MS는 지난 21일부터 중국 윈도XP 사용자들에게 자동 업데이트 소프트웨어를 보내 불법복제품 사용 여부가 확인되면 1시간마다 바탕 화면이 검게 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대다수 사용자들이 PC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윈도XP의 불법 여부를 모르는 상황”이라며 “사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해킹 행위나 다름없다”며 격렬히 맞섰다.
월스트리트저널·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성장세가 두드러진 중국 PC 시장에서 불법복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MS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MS, “참을 만큼 참고, 내릴 만큼 내렸다.”=MS 측은 “이미 지난 8월부터 중국 이외 지역 윈도XP 사용자에게 동일한 프로그램을 적용했으나 큰 반발이 없었다”며 “중국은 방치할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소프트웨어연합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 내 PC에서 사용된 소프트웨어의 80% 이상이 ‘짝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2위 PC 시장인 중국에서 MS는 가장 큰 피해기업 중 하나다.
MS는 정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윈도비스타 홈에디션의 가격을 기존 1521위안에서 499위안으로 대폭 낮춘데 이어 이달부터 MS오피스 홈·학생 에디션의 한시적 할인행사를 진행, 가격이 699위안에서 199위안으로 떨어졌다.
이번 조치는 가격 인하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법복제SW 사용에 대해 MS가 한층 노골적인 실력행사를 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 네티즌, “사용자 권리 침해다.”=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 사용자들은 즉각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 블로거는 시나닷컴을 통해 “MS가 내 동의없이 무단으로 PC 사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변호사인 동 충웨이는 “MS는 사전 동의는 물론 법적인 권한도 없이 사용자의 PC에 침범한 최대의 해커”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중국에서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PC를 구매하면서 불법 복제된 윈도XP가 깔려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유통가에서 PC 판매상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불법 복제 SW를 깔아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포기하기엔 너무 큰 시장, 중국=인터넷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MS가 불법복제의 천국 중국에서 발을 빼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MS에 따르면 지난 6월말 마감된 회계연도에 중국을 포함한 인도·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의 매출 성장률은 무려 54%로, 전세계 평균 매출 성장률 18%를 한참 능가했다.
MS가 위험성을 감내하고 HP·델·레노보 등 PC업체와 협력해 소프트웨어를 사전 인스톨하는 것도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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