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T "황금기여, 안녕"

 “글로벌 경기 위축이라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전망도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와이프로 아짐 프렘지 회장)

 IT 강국 인도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실상 인도 경제를 이끌어 왔던 IT 기업 사이에서 앞날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미국 금융 아웃소싱 물량을 상당부분 과점해왔던 인도 기업들은 대형 금융사의 파산과 인수합병으로 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IT, 고성장 시대 저물다”=인도 경제 성장 엔진으로 추앙받던 IT 기업들이 이젠 주가 폭락을 주도하고 있다. 22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 와이프로의 순이익은 고작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하는 데 그친 82억2000만루피. 시장의 기대치 91억4000만루피에 한참 못미쳤을 뿐만 아니라, 예년의 40∼50% 성장률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와이프로의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5.9%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와이프로, 타타스틸, 스털라이트를 인도 선섹스 주가 지수 하락의 주범으로 꼽았다. 인도 주가 지수는 올초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인도 1위 소프트웨어업체인 타타컨설턴시그룹(TCS)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 회사 역시 7∼9월 순익 성장률이 1.5%다. 전년 동기에는 125억2000만루피를 남겼고, 이번 분기엔 127억1000만루피정도 이익을 보았다. 그때 그 수준이란 이야기다.

 ◇달러값에 그나마 기대는 상황=1% 성장률도 환율 얘기를 꺼내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과 다름없다. 달러값이 치솟으면서 인도 루피 가격이 20%가량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환차익이 인도 기업 이익 성장을 10% 가량 늘려준 효과를 줬다고 분석했다.

 하리트 샤 애널리스트는 “실제적인 벌어들인 달러 소득은 둔화됐지만, 약한 루피가 IT기업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 협회(Nasscom)은 2008년 산업성장률을 곧 수정할 계획이다. 당초 IT 매출 규모가 500억달러에 이르고, 성장률은 21∼24%에 달할 것으로 발표했으나, 미탈 협회장은 “3∼4분기에 충격이 불가피해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계 태세 발동=사정이 이렇다보니, 인도 기업들 사이에 40% 고성장 시대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은 완전히 실종됐다. 인도 2위 소프트웨어 기업인 인포시스테크놀로지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성장률 둔화를 자진 보고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당초 50억달러에서 47억5000만달러로 낮췄다. 또 그동안 인수를 추진해왔던 영국의 액슨그룹(Axon Group)의 제안가도 높이지 않는 등 긴축 경영 방침도 선언했다.

 IT기업의 인도 고용 창출 역할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새티얌컴퓨터서비스는 올해 1만5000명 이상 고용할 계획이었으나, 채용 규모를 3분의 1이상 줄였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인도 올해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9.1%보다 크게 떨어진 7%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