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분야 국감의 몇가지 소득

 정권 교체 이후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런 수준의 국감을 뭐하러 하냐”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지적이 올해에도 이어졌고 여론의 질타와 비판은 어김없이 뒤따랐다. 사사건건 여야가 부닥치고, 나라 경제는 가라앉는 판에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는 도외시했다.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 공방만 부각시키니 심지어 2년에 한 번꼴로 국감을 진행하자는 ‘어이없는’ 논리까지 대두됐다. 늘 정책 국감을 공언하지만 막상 현장의 의원들은 정치 이슈에 매몰되는 구태도 여전했다. 사실 이번 국감은 쌀 직불금 한 방으로 모든 것이 뒤덮였다. 하지만 IT 관련 국정감사에서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졌다. 구체적인 소득도 있었다. 비록 국감 무용론이 판치는 현실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우선 IT 정책 기관 간 재조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호의 성장동력이던 IT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찬밥으로 전락했고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는 해체됐다. 규제와 진흥이 뒤엉켜 구심점 없는 정책 혼선이 야기됐다. 이번 국감에서는 이 같은 현실의 정확한 진단과 대응책 요구가 잇따랐다. 더욱이 일부 여당의원조차 가세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1조원에 이르는 정보통신진흥기금 관할 문제로 촉발된 ‘IT컨트롤타워 구축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력도 추진주체도 불분명하다는 IT 정책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일 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론 개편된 정부 조직으로 각자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보지도 못한 채 문제점만 나열하고 이를 다시 바꾸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국감의 소득으로 인정하는 것은 당파성을 떠난 정책적 시각에서 접근한 결과를 평가해주자는 것이다. 지경부·행안부·문화부·방통위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IT 정책을 어떻게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머리를 맞대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은 정부 부처의 밥그릇 싸움에는 관심도 없다. 무엇이 국민을 위해, 나라 경제를 위해 가장 바른 길인지를 찾아내는 작업이 우선이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 역할론이 나올 수 있고, 혹은 지경부 단일화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치열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 국민을 보고 결정하면 된다. 효율성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이율배반적 요소를 함께 녹여내는 지혜도 필요하다.

 통신요금의 ‘시장 결정론’을 천명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사실 통신요금은 국감 단골메뉴였다. 걸핏하면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 요금을 내리라고 압박했다. 심지어 민간기업의 요금 정책을 청와대가 앞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과거와 달리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논리와 근거가 훨씬 세련됐고 자료도 방대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기업과 시장을 향한 메시지는 분명히 던진 셈이다. 정치권의 주문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요금부터 내린다면 국영기업이다. 최 위원장이 이동전화 기본료와 가입비 현실은 잘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요금 인하는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는 소신과 철학을 밝힌 것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막무가내식 호통이 아닌 이론과 근거에 입각한 정책 감사, 이를 수용하면서도 시장과 기업의 본질을 인정해주는 기관장 모두 멋진 모습이었다. 파행과 소동으로 얼룩진 국감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