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 포럼]단말기 시장 개방과 소비자 후생

[u미디어 포럼]단말기 시장 개방과 소비자 후생

 현재 세계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불안 요인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금융시장의 감독 기능 강화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국가 간 정책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대공황 당시 개별 국가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높은 관세 장벽 때문에 세계 경제가 더 깊은 침체에 빠졌음을 기억하고 이번에는 각국 정부가 시장 개방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 기능 강화와 시장 개방으로 경제 활성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경제가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부문 중 하나인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이 아직 완전히 개방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에서는 위피(WIPI)라는 무선 인터넷 플랫폼을 모든 단말기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돼 있다. 위피란 무선 인터넷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일종의 소프트웨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위피를 의무화하고 있으므로 외국의 단말기rk 자유롭게 우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외산 단말기의 시장점유율은 4.3%고 그중 3G 시장은 1.6% 수준이므로 한국의 단말기 시장은 국내 업체가 사실상 거의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국내 단말기 제조사의 글로벌 시장 대 국내시장 판매비중이 93 대 7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으로부터의 단말기 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단말기 제조사는 전 세계 시장에서 약 2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1위 노키아의 뒤를 이어 2, 3위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북미시장에서는 3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 하에서 한국정부가 단말기 시장 규제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한다면 현재와 같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말기 시장 개방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고시킨다. 단말기 시장이 개방되면 아이폰, 노키아폰 등 좋은 품질의 다양한 외산 단말기를 우리 국민이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불러와 단말기 가격이 하락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CP 업체는 시장개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재도약 기회를 맞을 수 있다. 현재 국내의 콘텐츠 업체는 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해 대부분 영세하나, 시장 개방 시 개방형 운용체계 등 변화된 환경 아래에서 경쟁력을 배양함으로써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시장개방의 경제적 효과는 일차적으로 무역장벽의 제거를 통한 무역확대와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분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최근에 와서는 대다수 학자가 무역확대에 따른 생산성 향상, 경쟁 촉진, 기술혁신 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므로 단말기 시장개방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단말기 시장의 생산성 향상도 유도할 수 있어 단말기 제조업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대효과는 즉각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우선 순위 상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로 국민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단말기 시장의 불필요한 규제를 조속히 제거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야말로 실용정부의 국정철학에 가장 부합한 정책이다.

 박명호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mhpar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