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임을 자랑해온 우리나라가 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이라면 누구나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고심하기 시작했다. 보안을 잘 갖춘 시스템 구축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철저한 보안을 기반으로 쌓은 신뢰도는 곧 기업의 이미지며 미래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전한 IT 구현을 위한 필수 요소는 무엇일까. 철통 같은 보안을 지켜줄 단단한 자물쇠일까.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전문가들이 꼽는 IT 환경 개선의 필수 요소는 개방과 공유 그리고 협업이다. 해커를 비롯한 모든 외부 위협으로부터 숨기보다는 소스코드를 모두 공개해 취약점을 찾아내고 세계 도처의 개발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을 도모함으로써 안전한 환경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
이러한 개방과 공유, 협업의 원리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온라인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이 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소유와 권리로 이루어지는 이코노믹스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개방과 공유로 이루어지는 위키노믹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위키노믹스가 대두되는 이 사회에서는 자사의 기술력만을 가지고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폐쇄적인 기업은 더 이상 성공할 수가 없다. 단순히 숫자만 비교해도 알 수 있다. 기업의 인력은 아무리 많아야 수만명이다. 수백 혹은 수천명 사원의 협업과 같은 뜻을 가진 전 세계 사람들의 협업 중 어느 쪽의 경쟁력이 높을까. 많은 기업이 협업과 혁신을 도모하지만 사내 혁신만으로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대규모 협력 모델을 제공하며 소비자가 협업으로써 혁신을 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같이 사용자의 요구를 최대한 빨리, 그리고 정확히 반영해야 하는 산업에는 더욱 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개발 소스를 공개해 놓으면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순간에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더 나은 성능을 위한 혁신을 지속한다.
혹자는 공개 소프트웨어가 보안에 취약하며, 자사가 개발한 소스를 내부적으로 지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오해가 있다. 공개 소프트웨어는 내재돼 있던 문제든 의도적인 외부의 공격으로 발생한 문제든, 사유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빠르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므로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사유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기업 가운데 몇몇은 중요기술을 독점함으로써 소비자에게서 선택의 권리를 빼앗고 특정 제품에 종속되게 하고 있어 오히려 자본주의 정신을 거스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우리가 개발자들의 손에 더 많은 데이터를 쥐어줄수록, 흥미로운 도구와 페이지 및 프로그램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아마존에 돌아오는 수익도 커진다”고 말한다. 전 세계가 웹이라는 바다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오늘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갈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근 한국레드햇 대표 gkim@redh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