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통신·방송규제의 원칙과 과제

[월요논단]통신·방송규제의 원칙과 과제

 우리나라의 통신서비스 사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 데에는 적극적인 규제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통신사업은 네트워크산업이 갖는 본질적 특성상 선발 사업자의 경제적 효율성을 후발 사업자가 극복하기 힘든 분야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 즉 이동전화, 인터넷, VoIP 등이 나오면서 통신시장에서도 경쟁도입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이동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빠르게 확대됨으로써 유무선 통신시장 공히 경쟁도입이 활성화되고 있다. 초기단계의 경쟁도입은 우선 진입규제를 해소함으로써 새로운 사업자의 투자와 활력을 시장에 도입하는 한편 기존(선발) 독점사업자에 대한 요금규제 등 영업활동 규제로써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규제는 법률에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때에만 허가, 승인함으로써 금지된 행위를 허용해 주는 형식이다.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데에는 몇 개의 법조문으로 충분하지만 그 규제가 잘 만들어지지 않게 되면 규제집행 비용과 피규제자들의 규제회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막대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이동통신전화 단말기의 보조금 규제정책 실행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규제의 필요성에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을 경우 이를 조정해 가는 과정에서 신뢰의 중요성, 규제가 현실 시장에 적용됐을 때 이행확보 수단의 중요성, 규제에 대한 일몰법이 이해관계 당사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줘 준비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규제종료에 따른 마찰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유효한 규제종료의 수단이라는 점 등이다.

 이제까지의 통신규제 정책 수행 경험을 종합해 보면 첫째, 시장의 경제적 규제는 적으면 적을수록 바람직하다. 시장상황이 소비자 후생을 보장하기에 부적절하거나 소비자 후생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것이 명백하고 규제를 도입하는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는 증거가 제시되는 때에 한해 규제를 신설하고 모든 규제는 반드시 일몰규정을 두어 규제 존속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소멸되게 해야 한다.

 둘째, 규제는 단순 명료해야 한다. 규제를 원활히 집행하기 위해 정교하고 복잡한 분류 기준 등이나 이행확보 수단을 규정하면 제도로는 훌륭하게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시장에 적용할 때는 오히려 불필요한 규제 집행·회피 비용을 유발함으로써 실패의 가능성이 크다.

 셋째, 규제는 기본적으로 소극적, 과거 지향적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규제는 이미 발생한, 또는 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앞으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담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기를 기대하거나,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는 규제를 설정해서는 안 된다. 이제 세계경제는 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제 경기둔화 혹은 침체를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산업을 필두로 하는 IT산업은 혁신을 거쳐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산업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방송과 통신의 규제기관이 일원화된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세계 속에서 IT강국으로 한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관건은 방송에 대한 비경제적 목적에 따른 규제가 결과적으로 경제적 규제의 기능을 하는 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일이다.

 노준형 서울산업대 총장·전 정통부 장관 rjh@snu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