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거기엔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창조의 새로운 힘이 거기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황대권의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의 내용 중 일부다. 내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위안으로 삼는 문장이다. 사업을 포함한 모든 일상은 여러 문제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 본다면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가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작게 본다면 올해 개발한 우리 회사 장비가 고객 사이트에서 실장 적용 스케줄이 뒤져 만회해야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행이 선례가 있다면 그 방법에 따라 풀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두렵다. 처음 보는 난제에 부닥쳤을 때도 우리는 두렵고 가능한 한 문제를 회피하고 싶어진다. 타조는 위험에 처해 도망치다가 지치면, 스스로 머리를 모래 속에 묻고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믿다가 죽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장치 기술은 소자업체의 협력으로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 아직 여러 핵심 분야가 뒤떨어져 있는 상태다. 특히 소자 제조 공정 중에서 핵심공정에 해당하는 장치나 원천기술 분야는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 많은 국내 회사가 이 영역에 뛰어들기를 꺼리고, 회피하고 있다. 마치 어려움에 직면하면 머리를 땅 속에 처박는 타조와 같은 어리석음이 아닐까. 대한민국은 이 분야에서 오히려 점점 더 뒤떨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 회사는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반도체 핵심공정의 여러 분야와 플라즈마 원천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그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 같다. 그러나 이런 자극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된다. 대한민국 장치기술 발전을 위해 함께 걸어갈 이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일욱 유진테크 부사장 CTO ywkim@eugenete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