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섬나라’여서 소모되는 민족의 에너지

[통일칼럼]‘섬나라’여서 소모되는 민족의 에너지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중에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사업과 함께 러시아 천연가스를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한 땅을 통과한 가스관 건설이 양국 정상 간에 논의됐다. 현재 지구온난화로 지구촌 곳곳은 환경 재앙이 갈수록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반면에 북극 빙하 감소로 유럽과 북태평양 사이에 연중 항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해로가 열린다고 한다. 이 해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아 소유권을 놓고 주변국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두 가지 사건에서 물류 비용과 시간이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부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 민족은 지난 수천년을 아시아 대륙의 동북지역과 한반도를 거점으로 생활해 왔다. 비록 중국이 만주지역을 점유하고 있지만 많은 대한민국 국민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가 대륙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남한은 모든 주변국과 육로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봉쇄돼 있는 실질적인 섬나라다. 중국·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인접한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판문점을 통과하는 육로보다 중국을 경유해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산업적으로 볼 때도 육로를 통한 운송이 불가능함에 따라 항공기를 통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거나, 선박을 통한 긴 운송기간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한국 교역이 안고 있는 보이지 않는 핸디캡이다.

 최근 북한과 관련해 또 한 차례의 파도가 치는 것을 보았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조치가 그것이다. 통일의 문제는 먼저 민족 내부의 문제인데, 우리가 북한의 어려움을 볼모로 삼은 협상을 시도하는 동안 남북관계의 방향 설정과 협상 주도권을 잃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상대의 현재 약점을 이용한 협상은 그 약점이 해소된 이후 다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한을 향한 우리의 전략은 양자가 합의할 수 있는 민족의 발전적 미래상을 먼저 그리고 그를 위해 양측이 단계적으로 수행할 일을 자주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통일이라고 하는 개벽에 가까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행, 통관 그리고 통신 문제가 해결되면 저임금인 북한의 우수 인력을 활용한 지식기반산업을 남북한이 협력해 활발히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남한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IT 분야에 다시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제조와 관련된 지식 및 생산 기반을 남한이 가지고 있는 한 남북 협력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북한이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은 장기적으로 고급 지식노동자를 양성해 인도·이스라엘·아일랜드와 같은 IT 강국이 되려 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북한이 강하게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남한과 연결되게 해야 한다. 그를 통해 우리 민족이 막힘 없이 유라시아 대륙과 통하게 해야 한다. 오늘의 현실만 놓고 보면 통일이 한국에 도움이 되는 부문과 짐이 되는 부문이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통일 없이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는 대결과 분리, 지속적으로 낭비되는 민족의 에너지일 뿐이다. 이는 북한 주민뿐 아니라 지금 반도의 남쪽에 살고 있는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적용될 명백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바로 오늘 우리가 통일을 위한 기초를 하나하나 놓아야 하는 것이고, 또 민족의 찬란한 미래를 열기 위한 창조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상산/다산네트웍스 부사장 sangsa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