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허 강국` 도약 계기 삼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이 참여하는 선진 5개국 특허청장회의가 이틀 일정으로 제주에서 27일 개막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 나라의 특허청장이 한꺼번에 모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특허 분야에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허 분야 G5로 불리는 이들 나라의 세계 특허출원 비중은 현재 전체의 70%가 넘는다. 하지만 나라마다 특허 심사 방법과 기간이 달라 특허 심사 적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회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심사기준 표준화 등이 논의됐다. 또 특허 출원 서식 통일과 이 서식에 따라 출원된 서류를 각국에서 그대로 인정하고, 나라마다 다른 특허 분류 체계를 표준화하며 심사 관행이나 품질관리를 위한 공통 지침도 만들어 심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각국 심사관이 한번의 검색으로 5개국 데이터베이스와 이에 연계된 검색 결과를 한꺼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한다. 이번 협력이 정상대로 시행되면 그만큼 우리 기업이 세계 주요시장에서 특허받는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다른 선진국 역시 우리나라에서 특허를 받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

 특히 이번 회의가 단순한 회합차원에서 벗어나 실질적 글로벌 협력의 계기가 되도록 내년부터 10개 후속 프로젝트도 진행된다고 하니 앞으로 특허분야 G5 나라들의 협력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특허 개방이나 다름없는 이번 협력은 결국 특허에 강한 나라의 입지를 향후 더욱 넗힌 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런 시대 조류를 맞아 우리도 하루빨리 우리의 특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특허 경쟁력은 미국 특허 출원 4위, 국제협력조약(PCT) 국제특허 출원 4위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일본·독일과 함께 세계 특허 4강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특허 강국임에도 아직 기술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수입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는 원천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진정한 특허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과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세계적 IT업체로 성장한 삼성전자도 매년 1조원 이상을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국내 법인이 로열티로 해외에 지급한 액수는 50억달러가 넘었는데, 매년 이 액수가 증가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회의에 대해 “미국·일본·EU 3국 중심의 국제 지식재산권 질서가 한국을 포함한 5자 간 협력체계로 재편, 그동안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주변국에 머물러 있던 한국이 중심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원천기술이 취약하면 그 의미가 반감할 수밖에 없다. 전문인력 양성도 특허 강국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부문이다.

 현재 특허청은 부족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에 강좌를 개설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전체 공대생의 1∼2%만이 교육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21세기 지식기반시대를 맞아 각국 간 특허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제주회의가 우리의 특허 경쟁력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특허강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