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정보화 `시들 시들`

지자체, 재정난으로 조직 축소 업무 통합

 풀뿌리 정보화의 기반인 지방자치단체들의 정보화 추진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재정적 어려움에 허덕이는 일부 광역자치단체가 정보화담당조직을 줄이거나 업무를 통합해 사실상 정보화 전담인력을 축소해 가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초자치단체는 정보화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재정 자립도가 20%도 안 되는 곳이 허다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 상황이 악화될수록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 정보화 분야의 감축을 우선 진행한다”며 “지자체의 정보화 사업은 정보화 격차해소 및 지역간 조화로운 발전의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만큼, 지역 정보화 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업무 규모에 맞는 인력 배치와 중앙정부·지자체간 지원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풀뿌리 정보화 기반 위축=지자체의 정보화 업무는 관리·운영의 지속성이 생명인 경우가 많아 새로운 업무를 추진한다고 해서 과거 업무를 털어 버릴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 정보화 조직은 u시티·보안·개인정보보호 등 사회적 이슈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업무량이 급증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더욱이 일부 지자체는 올해 들어 정보화담당조직의 인원을 줄이고 정보화담당조직을 타 업무부서와 통합해 운영하고 있어 지자체 정보화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전라북도는 올해 정보화담당관실을 없애고 미래산업과로 이름을 바꿨다. 정보산업과의 통신계가 다른 과로 옮겨지고 첨단부품소재과의 신재생에너지계가 넘어왔으며 신산업계가 신설됐다. 정원은 통신계가 다른 과로 간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늘어난 셈이지만, 업무량으로 볼때 정보화 사업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충청북도는 정보화담당관 내에 보안관제센터가 추가됐지만 정원은 그대로다. 충청남도도 지난 7월 직제개편과 함께 정보보호 담당 인력을 줄였다. 연초에는 정보보호 인력을 증원하기로 했는데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증원하지 못했다. 부산광역시도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u시티과와 정보화담당관실을 합친 u시티정보담당관실을 신설했다.

 이 밖에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정보화담당 조직의 명칭에는 변화가 없으나, 조직에서 전산·정보화 업무뿐 아니라 통계·통신(전화교환업무)·u시티·시설관리 등의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는 일이 많아 계획적인 정보화 추진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시군구의 기초자치단체 상황은 더욱 심각해 정보화 담당 조직이 있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계장 밑에 직원이 정보화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이 문제인가=아이러니하게도 중앙부처의 역할 축소가 지자체의 풀뿌리 정보화의 어려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중앙부처는 가이드라인만 주고, 실제 정보화 추진은 지자체가 알아서 한다’는 기조가 형성되다 보니 미래 전략을 짤 겨를이 없는 지자체들은 사실상 새로운 정보화 업무를 기획하지 못하고 슬그머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보화 예산을 따로 편성할 당시에는 지자체로서도 해당 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체계를 유지해야 했으나, 예산이 총액 개념으로 바뀌면서 굳이 머리복잡한 정보화 사업보다 당장 생색이 나는 복지·SOC 쪽에 집중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정보화 조직과 인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원론적으로는 중앙부처가 가이드라인만을 주는 것이 맞지만 지자체의 현실과 미래투자라는 정보화 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자체 공통적으로 필요한 정보화사업은 중앙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 발굴해 지자체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정보화 정책 네트워크는 유지돼야”=지자체 정보화 추진 인력이 줄어들면서 범국가 차원에서 진행돼야 하는 정보화프로젝트가 기초자체단체에는 제대로 의도가 전달되지 못해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원격의료·인터넷(IPTV)교육 등은 사실상 기초단체 단위에서 추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중앙부처와의 협력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정보화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주민들의 니즈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정보화 혜택을 더 누려야 하는 쪽이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정보화 정책을 추진할 최소한의 네트워크마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헌율 행안부 정보화기획관은 “지방자치제도의 확대로 정보화사업에 인력과 조직을 배정하는 것은 지자체 스스로 결정한다”며 “지자체는 전자정부의 근간이므로 정보화조직 현황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심규호·정소영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