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2의 반도체 신화 이룩하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어언 40년을 맞았다. 지난 68년 당시 아남산업이 반도체 조립사업에 처음 뛰어든 이후 반도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판 수출 제품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실제 반도체는 지난 92년 이래 단일 품목 기준 16년 연속 수출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으며, 1994년 10월 29일에는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정부와 업계는 이날을 기념해 오늘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제1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을 갖고 다시 한번 의지를 다진다. 그 어느 분야보다 치열한 세계 경쟁을 뚫고 반도체가 오늘날의 간판 수출제품이 된 것은 가히 신화라 할 만하다. 이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경영자와 제품 개발에 불철주야 몸을 아끼지 않은 연구원, 또 전 세계를 안방 삼아 반도체 세일에 헌신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극심한 경쟁은 일본업체들이 잘 말해준다. 지난 1995년만 해도 세계 10대 반도체 업체에 NEC·히타치·도시바 등 일본 업체가 5곳이나 됐다. 그러나 지금은 엘피다와 NEC 정도만 남아 있다.

 이런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는 1992년 메모리업계 1위에 올라선 이후 10여년간 왕좌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이닉스 역시 세계 2위 메모리업체로 부단한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세계 1, 2위 메모리업체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반도체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이는 메모리보다 시장 규모가 4배나 크고 고부가적인 비메모리 분야에서 우리가 대만보다도 열세일 정도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지난해 비메모리에서 103억달러를 수출했지만 우리는 이의 절반 정도인 53억달러에 그쳤다.

 앞으로 우리가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비메모리의 종류와 범위가 무수히 많은 것을 감안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같은 종합반도체 업체 말고 설계 역량이 있는 팹리스 업체를 키워야 한다. 제품 양산을 맡고 있는 파운드리를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행히 정부와 업계가 비메모리 사업 강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지경부가 지난 6월 비메모리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는가 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비메모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삼성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같은 5개의 비메모리 일류화 제품을 최근 8개로 확대했으며 지난 3분기에는 처음으로 비메모리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넘기도 했다. 하이닉스 역시 자동차용 반도체 같은 비메모리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비메모리 육성과 함께 전체 반도체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장비·재료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이 시장은 미국·일본의 대형 장비·재료업체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업체들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50위권 장비업체 중 국내업체는 단 한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마침 이번 ‘제1회 반도체의 날’에는 현대자동차 같은 시스템업체들이 참가하는 ‘시스템-반도체 포럼’도 결성돼 주목된다. 지난날의 반도체 신화를 이어 다시 한번 민관이 합심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