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이 2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9 IT산업 전망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난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이 다시 한번 IT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차관의 지적대로 지난 10여 년간 IT산업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며 IMF 탈출에 큰 공을 세웠다.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높아져 16%에 이르고 있다. 수출 분야에서는 더욱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한 IT는 올 7월까지도 804억7000만달러의 수출을 기록, 30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내년 IT 수출은 올해보다 9.6% 늘어난 1568억달러로 전망됐는데 이는 전통적 수출 강세 산업인 조선·자동차·석유화학이 마이너스 성장이나 제자리걸음에 그칠 것이라는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가까운 내년 IT 수출 전망은 비록 시장 포화로 IT의 역할이 전통산업과 결합해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주력이 IT산업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 전망은 내년 세계 경기에 따라 낮아지거나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3% 안팎에 머물 것임을 감안하면 IT 수출 성장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 10% 달성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이 더욱 힘을 내야 하겠지만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3대 품목에 너무 치중된 점을 우선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들 3대 품목이 IT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이들 3대 품목의 세계 경기 변화에 따라 IT 수출 성적표가 크게 좌우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수출 시장 다변화와 함께 IT산업 전반에 걸쳐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동남아 등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는 와이브로와 전자정부 등 우리가 경쟁력 있는 분야에 좀 더 힘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 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IT 위기론은 휴대폰·반도체·컴퓨터·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수출 제품의 국산화율이 낮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소비 시장은 내리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전 세계 LCD TV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22%가량 하락했으며, 불황에 강했던 휴대폰도 지난 3분기 판매대수가 당초 전망보다 10% 이상 감소한 3억1000만대에 그쳤다. 올 4분기와 내년 수출 전선은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줄어든 시장규모만큼 글로벌 기업 간 선점 경쟁은 더 치열할 것이고 가격경쟁도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연중 최대 성수기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벌써 글로벌 기업은 치열한 가격 인하전을 전개하고 있다. 상황이 어렵고, 더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을 포함해 IT가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임을 다시 한번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