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통위의 산업지향 정책 반갑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자리를 잡았다. 위원회 구성 초기부터 국정감사 기간까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굵직굵직한 정책 현안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방송과 통신 컨버전스를 지향한다는 정체성에 맞춰 산업지향형 정책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방통위가 오랜만에 시장과 산업에 초점을 맞춘 분주함을 보이고 있는 점도 반갑기 그지없다. 특히 방통위원 간 정서적·산업적 공감대를 형성한 채 합리적 의사결정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은 국민이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사실 이전 정부 방송위원회는 위원들 간 당파 갈등을 여과 없이 노출해 비난을 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방통위 역시 위원 추천은 여야 정치권의 몫이었지만 위원들의 품격에서부터 정책 가치를 공유하는 열린 자세 등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국민을 불안케 하지는 않고 있다. 물론 최시중 위원장의 여권 내 비중으로 미루어 여전히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점차 잦아들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방통위의 정확한 방향성이다. 그동안에는 논란과 시비가 불가피한 언론정책과 규제기관 성격에 매몰돼 있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산업 동력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기업과 시장에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조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이 제시되고 있어 방통위가 완전히 틀을 갖춘 모습으로 보인다.

 방통위로서는 우선 30일 시작된 8개국 정보통신장관회의의 성공적 마무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 파라과이를 비롯한 남미권, 캄보디아 등 아시아권, 우즈베키스탄 중심의 동유럽권 등 신흥시장 국가가 골고루 참가하고 있다. 단순히 각국의 정책 발표보다는 IT의 미래성과 이에 맞춘 현지 정책을 비교하고 인적 물적 자원의 교류 가능성을 열어 놓기 바란다. 가뜩이나 한국 정보통신산업은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이다. 이런 때에 정부가 작은 가교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면 기업에는 든든한 배경이 된다. 특히 와이브로 기술은 반드시 이들에게 시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본원적 경쟁력을 보유한 마지막 기술이기도 하지만 정보통신 환경이 열악한 신흥시장에서 이를 도입한다면 일거에 첨단수준으로 올려 놓을 수 있는 매력과 가치가 넘친다. 와이브로와 IPTV에 대한 방통위의 측면외교 지원이 절실한 까닭이다.

 800㎒ 대역을 포함한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 정책은 시장에 새로운 자극을 던져줄 것이다. 개별 기업 간 이해 득실을 떠나, 방통위의 정책 구사 능력에 따라서는 새로운 시장과 사업,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주파수가 곧 자산인 무선통신 시장에서 방통위는 오랜만에 칼자루를 쥔 셈이다. 방통위는 여론을 수렴하고 충분한 점검을 거쳐 정책을 확정하겠지만 분명한 원칙을 밝힐 필요가 있다. 주파수 정책이 기존 산업의 경쟁력과 기반을 허무는 쪽이 아니라 이를 좀 더 강화하고,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며, 장기적으로는 수출 기반을 넓혀나가도록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꺼져가는 IT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IT컨트롤타워 구축 문제 역시 국가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전향적 자세로 다가서야 한다.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면 일을 벌이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