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월스트리트와 메인 스트리트

[월요논단]월스트리트와 메인 스트리트

각국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월 스트리트의 탐욕’과 정부감독의 부실에서 비롯된 위기는 곧바로 ‘메인 스트리트’, 즉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월스트리트는 그동안 이자율보다 월등한 투자수익을 추구하며 필요 이상의 파생상품을 만들어온 결과 지금의 거품을 일으켰다. 그 거품이 꺼지는만큼 경기불황은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통상의 경기사이클에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에서 오는 부담까지 지게 된 실물 부문으로서는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금융동향까지 훤히 꿰뚫고 사업을 해야 한다면 할 말 없지만, 그래도 금융시장이나 거시경제 안정은 정부나 국제기구가 책임져줄 몫으로 이해해왔다. 산업이 부가가치 창출의 주연이 되고, 금융은 산업을 보조하는 조연 역할을 착실히 해왔던들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니 말이다. 이제 와서 누구 탓 하자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실물과 금융은 두 수레바퀴로 함께 굴러가야 한다. 다만, 핵심 부가가치 창출에 꾸준히 노력해온 실물 부문이 계속 그 역할을 하도록 균형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서비스와 내수 진작도 필요하지만, 수출 제조업이 한국경제를 거의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우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래도 우리의 밑천은 제조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한다. 위기를 겪고 보니 금융도, 제조업도 경쟁력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워런 버핏이 “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발가벗고 헤엄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표현한 것처럼 반도체 산업도 물이 차 있던 호황기에는 기술력이나 제품력이 문제되지 않았다. 설비만 있으면 범용제품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성을 올릴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물이 빠진 지금은 기술력 차이가 그대로 수익성 차이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 위기는 보다 앞선 기술력의-수영복을 입은- 한국업체들에 곧 기회다. 이 비상시국에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제조업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첫째, 금융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비 오는데 우산을 뺏지 말아야 함’은 기본이고 총액한도 확대 등 추가적인 자금공급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이자율 인하조처로는 부족하다. 둘째, 재정정책을 통한 산업지원, 특히 중소기업지원이 필요하다. 흑자도산을 막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적절하다. 다만, 지원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제도개편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 각 부처, 국회 상임위, 지방정부에서 경쟁적으로 새 지원제도를 만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녹색성장 등 ‘인기품목’일수록 그렇다. 정책효율을 위해 정부조직을 통폐합한 취지를 반감시키는 가짓수 늘리기식 지원을 통합해야 한다. 셋째, 수출환경 개선을 위해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 경기불황기에는 보호주의가 더 기승을 부리고 무역장벽은 모든 국가의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출이 국내총생산 비중의 38%나 되는 우리로선 두 자릿수의 수출증가율이 핵심 돌파구다. 그러나 무역상대국의 보조금 시비가 없도록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아닌 일반적이고 상업적 차원의 지원이 돼야 한다.

 우리는 한때 ‘동북아 금융허브’의 꿈을 말했다. 궁극적으로 가고 싶은 길이지만, 우선 ‘산업 허브’부터 만들자. 이번에 우리 산업이 생존에 성공한다면 산업 허브, 나아가서 금융허브 실현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