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브이의 아버지 김청기 감독(67)이 10여년 만에 로봇 등장 사회를 풍자하는 만화 ‘팬보’로 돌아온다.
팬보는 머리에 후라이팬을 둘러쓴 꼬마 로봇. 김 감독은 태권브이에 등장하는 ‘깡통로봇’을 연상케 하는 이 로봇이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체험하는 사건·사고에 대해 논평하는 형식의 풍자 만화를 준비 중이다.
1997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의적 임꺽정’ 이후 11년만에 내놓는 작품으로 김청기 감독 스스로 ‘태권V의 손자뻘’이라고 칭할만큼 애정을 갖고 준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만화계 안팎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팬보가 등장하는 풍자·모험을 소재로 한 17가지 아이디어를 스토리보드로 만들어서 구체화했으며, 에이전트를 통해 연재 방식, 형태 등에 대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관제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은 “만화·애니메이션계의 산 증인이 변하지 않는 창작열로 작품에 임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소식”이라며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이 작품에도 반영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를 표했다.
<인터뷰>
“로봇이 보는 세상을 담고 싶었습니다. 단순하고, 타협하지 않고, 권모술수가 없는 로봇이 보는 관점입니다. 사고는 어린 아이와 같고, 이 로봇이 점점 사회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김청기 감독은 11년 만에 내놓는 새 작품 ‘팬보’의 배경을 이 같이 설명했다.
로보트태권브이, 우뢰매 같이 모험과 판타지가 강한 작품을 만든 그가 사회 풍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태권브이를 보고 자란 세대가 자녀와 함께 보고, 즐기고, 또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자신도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거대 로봇인 태권브이에 비해 팬보는 크기도 작고, 미숙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블루오션으로 만들고 싶은 게 김 감독의 바람이다.
김 감독은 “3등신의 캐릭터에 누구나 갖고 싶어할 만한 이야기를 넣어 누구나 갖고 싶은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60대 후반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계발하는 김 감독이 자주 찾는 곳은 학교 근처의 문구점. 자신의 가장 큰 고객인 아이들의 관심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와 같은 과학 채널과 전자신문 역시 과학 지식과 상상력을 얻을 수 있어 김 감독이 즐겨 보는 매체다.
“매년 수백명의 만화·애니메이션 전공 졸업생이 나오지만 다들 어려운 상황에 대해 책임감과 초조함을 느낍니다. 해결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감독은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을 보고 후배들이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