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농사를 1년에 한번 하던 곳에서 벼 농사, 채소 농사, 과실수 재배까지 동시에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처럼 1개의 지상파 방송 주파수 대역폭에서 1개의 채널만 방송하던 데서 벗어나 여러 채널의 HD급, SD급 방송을 함께 나눠 보낼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도입 가능한 ‘멀티모드서비스(Multi Mode Service)’가 그것이다.
MMS는 기존의 미국식 방송 전송방식(NTSC) 규격에서 아날로그 TV 한 채널에 해당하는 6㎒의 범위 내에서 기본적인 HD급 영상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SD급의 영상, 음성방송, 데이터 방송 채널까지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 하나의 주파수 대역에서 여러 영상과 오디오, 데이터 전송까지 모두 전달하는 일종의 ‘디지털 다채널 서비스’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 표준안에서 동영상 부호화 방식으로는 MPEG2를, 그리고 디지털 전송방식으로는 8 잔류측파대(VSB) 변조방식을 사용한다. 이를 적용할 경우 6㎒를 사용해 전송 가능한 방송 프로그램 채널수는 HD급 1개와 SD급 1개(총 2개), 또는 SD급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4, 5개까지 가능하다.
우리나라 지상파 디지털 방송표준이 결정될 당시에는 대역 하나당 하나의 HD급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디지털 압축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일한 6㎒ 대역 내에 HD급 프로그램을 전송하면서도 여분의 대역폭을 이용해 다양한 채널을 추가로 전송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월드컵 기간에 지상파 방송사에서 시험방송을 했다. 하지만 MMS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각 방송사간, 시민단체 등과의 의견차이가 있어 아직도 본격적인 상용화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일단, 지상파 방송사는 MMS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유망한 신규 사업이면서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켜 줄 강력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케이블 TV 업계 등에서는 MMS 도입시 지상파방송사의 시장지배력 강화문제를 지적한다. 지상파가 여러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면 시장장악이 용이해져 다양한 매체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인허가 제도의 변경과 같은 법적인 문제도 풀어야 한다. 순수 공공서비스 또는 재해방송과 같은 데이터 방송을 위한 채널에서는 기존의 채널 단위로 허가했던 방식이 주파수 대역 단위로 전환돼야 한다는 제도 개선을 필요로 한다.
현재 MMS의 도입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구현 가능한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러 환경에 대한 테스트와 실제 송출 상에서의 문제점 등을 좀더 확인해야 하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융합서비스의 등장으로 방송과 통신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MMS가 어떤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