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정보통신혁명의 꽃 ‘인터넷’이 이번엔 미국 대통령 만들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가 곧 시작될 가운데, IT를 선거 운동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미국 대선을 인터넷이 처음으로 대선 당락에 영향을 미친 선거로 평가하면서 IT를 활용한 오바마의 노련한 선거 전략에 혀를 내둘렀다.
◇오바마, 인터넷 선거 자금 조달 대성공=오바마는 무엇보다 인터넷을 훌륭한 정치 교류 도구(incredible political networking tool)로 활용하는 데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3일 AP가 보도한 선거 자금 내역에 따르면, 오바마 캠프는 200달러 이하 소액 정치기금 기부자 수에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캠프에 따르면, 선거 자금 기부자의 50% 가량이 200달러였으며 그 평균은 86달러였다. 오바마가 인터넷으로 선거 자금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거액 기부자와 전통적인 기금조달자(fundraiser)의 역할을 크게 축소시켰다는 평가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소액 기부자들의 위력은 대단했다. 9월 선거자금의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덕분에 오바마는 10월 중순부터 자신의 광고로 미 전역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그가 지난 10월 첫 2주에만 쓴 광고 비용(7700만달러)은 광고업계의 큰 손 맥도널드의 한달 광고 집행액보다 많았다.
◇데이터베이스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까지=IT를 활용한 오바마의 선거 전략은 인터넷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오바마 캠프에서 유권자 등록자 명부에서 각 유권자들의 성향을 전화와 개별 방문으로 분석, 확인하고, 미결정 유권자들을 선별하는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진행됐다. 유권자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통합관리하는 이른바 ‘보트빌더’(VoteBuilder.com)’ 시스템 덕분에 오바마는 비용 대비 효과적인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최근엔 모바일로도 진출했다.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인 ‘오바마 08’은 지역 선거 운동 이벤트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지지자들끼리 각종 소식을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소프트웨어는 자원봉사자가 3주 만에 개발했는데, 오바마는 이 같은 ‘첨단’ 선거 운동 전략을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오바마는 ‘기타 히어로’ ‘매든 NFL 09’ 등 인기 비디오 게임에도 광고를 집행했다.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노린 것이다.
반면, 매케인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만 하더라도 눈길을 끌 만한 구성이 적고 단순하다는 평가다. 특히, 젊은이들이 각종 이슈에 대해 좀더 깊이 파고 들어 활동할 만한 공간이 부족했다. 오바마 진영에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돼 유권자의 e메일에 충실히 답변하는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네티즌과 젊은 유권자 표심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 이러한 차이는 이번 대선에서 첫 투표하는 새 유권자의 76%가 오바마를 지지한다는 한 여론조사로 이어졌다.
1일(현지시각) 마이스페이스는 사이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지지율은 60%, 매케인 지지율은 34%라고 밝혔다.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유사했다. 1일 갤럽 여론조사에선 오바마와 매케인의 지지율은 51% 대 43%, CBS 여론조사에선 54% 대 41%로 벌어졌다. 3일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 의견 집계 결과, 오바마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수를 훨씬 넘는 312∼39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보도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