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인터넷실명제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것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원리에는 부합하지 않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심각하게 고려해 주길 바랍니다.”
지미 웨일즈 위키피디아 이사장은 3일 무역협회 주최로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기업가 정신 국제 콘퍼런스’의 기조연설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온오프라인 모두 행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기반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더 많은 규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규제의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하향식 규제는 효력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온라인의 사회적 시스템에 초점을 맞춰 건전한 커뮤니티 형성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인터넷 철학에 대해 언급하면서 “식당에서 나이프를 쓰는데 손을 찌를 위험이 있다고 해서 모든 손님과 식탁을 우리 속에 넣어 보호할 것이냐”며 “거의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그 자체를 가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미 웨일즈 이사장은 사람들이 오픈 커뮤니티를 모든 사람들이 와서 거짓말을 하는 공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위키피디아의 예를 볼 때 실상은 그 반대라고 말했다. 웨일즈 이사장은 “위키피디아의 가장 큰 강점은 객관성과 중용”이라며 “사이트 편집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왜곡된 내용은 자체적으로 삭제·수정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내용이 남는다”고 부연했다.
웨일즈 이사장에 따르면 최근 네이처에서 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아의 콘텐츠 오류율을 분석한 결과 브리태니커는 항목당 평균 3개, 위키피디아가 평균 4개가 발견돼 비교적 높은 정확도를 만들어냈다.
방문자 수는 세계 5위로, 한 달에 2억4400만명 가량이 참석하는 위키피디아의 직원은 22명에 불과하다. 콘텐츠의 대부분이 전 세계 약 10만명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인터넷에서 소비자가 참여하는 미디어가 지배적이 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지미 웨일즈는 전 세계 250개 언어가 수록된 위키피디아에 “한국의 인터넷 기술력이나 접근성은 어느 나라보다도 뛰어난데 한국어 콘텐츠가 인도 한 부족의 언어로 된 콘텐츠보다 적은 것은 아이러니”라며 “네이버의 인기가 높은 인터넷 트렌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관련,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백과사전 콘텐츠 10만여건을 무상으로 기증한 데 대해 “정보를 보충하고 업데이트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미 웨일즈 이사장은 인터넷 서비스의 개방성이 보여준 성공을 검색엔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실험을 하고 있다. 올 초 선보인 검색엔진 위키아가 그 예다. 그는 “검색이 인터넷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누구도 검색 결과가 어떤 기준에 의해서 보여주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폐쇄적”이라며 “위키아는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새로운 검색을 추가하고 순위를 만드는 등 흥미로운 요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