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관 합심 수출 확대 나설때

 10월 무역수지가 12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로써 올 1∼10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134억5000만달러의 누적적자를 보이며 9월(142억달러)보다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이런 상태라면 전통적으로 11월과 12월이 무역흑자를 올리는 시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전망한 연간 60억달러 적자는 물 건너가고 100억달러 안팎의 무역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더구나 최근의 수출 증가는 순수한 수출 증가보다 내수 침체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급감 때문이어서 질적인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사실 그동안의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을 잘못해서라기보다 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수입 증가가 한몫한 면이 있다. 다행히 세계 유가가 60달러 선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전체 국내 무역수지는 상당히 호전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역 의존도는 약 71%에 이른다. 이는 67%의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21.8%), 일본(28.1%)보다 훨씬 높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경제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10월 수출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면에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우선 수출 효자 지역인 중국과 개도국을 비롯해 유럽 쪽의 수출이 크게 위축됐다. 이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컴퓨터 등 전통적 수출 주력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현저히 악화됐다. 휴대폰을 포함해 무선통신기기만 겨우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13.5%)을 이어갔을 뿐이다.

 지난해 수출 실적 1위였던 반도체는 주력 품목인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수출이 감소했다. 더욱이 반도체는 지난 9개월간 수출 감소율이 8% 정도였는데 10월에는 26.4%로 크게 높아지면서 수출 규모도 7위로 하락했다. 컴퓨터 역시 값싼 중국 제품에 고전하면서 수출 감소율이 10월 37%로 커졌으며 가전도 실물경제 위축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수출 감소율이 28%대로 추락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28%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13%대로 내려앉았으며 휴대폰은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유럽연합(EU)·아세안 같은 주력 수출시장이 흔들리고 있으며 미국·EU는 내년 경제 성장률도 마이너스가 예상되고 있다. 당분간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것이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더욱 합심해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서는 수밖에 없다. 또 이 기회에 우리 수출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적극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수출은 반도체·휴대폰·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너무 치중돼 있다. 실제로 이들 수출 상위 10개 품목은 전체 수출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 편향된 것도 문제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일본 3대 시장이 전체의 40% 이상이나 된다. 우리가 무역 5000억달러를 넘어 1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지역적, 품목적 편향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유망한 중소기업을 수출전선으로 적극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반도체·가전·휴대폰 같은 IT기기의 범용화로 외국과의 기술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감안해 이들 제품의 고부가화에도 가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