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금융위기 내성 생겼다"

 2000∼2002년 사이 닷컴버블 붕괴의 경험이 IT기업들에겐 쓰지만 좋은 약이 됐다고 포천이 보도했다. IT기업들에겐 현재의 금융위기가 닷컴버블 붕괴 때보다 덜 충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는 지난달 IT 소비가 닷컴 버블 붕괴 이후 겪었던 것과 같은 극적인 수준의 축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IT 기업들의 주가는 닷컴버블 당시와 달리 타 업종에 비해 큰 낙폭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베어스턴스가 붕괴하며 미국 발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던 지난 3월의 나스닥 주가는 2200선이었다. 1996년 7월부터 2000년 3월까지 4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나스닥 지수가 IT 거품을 타고 400% 뛰어 사상 최고치인 5132포인트까지 올랐던 때와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수다. 당시 수 조달러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증발해 다시 거품을 만들지 않은 것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불행 중 다행으로 끝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한가지 이유라고 포천은 분석했다.

 닷컴버블 붕괴와 함께 최대의 회계부정사건인 ‘엔론 사태’ 이후 월드컴, 타이코 등 부도덕한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 시장의 한파는 한층 더 심화됐다. 다행히 이 사태 이후 투명 회계 확보를 위해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 요건을 강화해 당시 보다 회계 부정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췄다.

 닷컴버블 당시 거품의 원인은 투자자들이 자초한 바도 크다. 당시 경험으로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철저히 투자 대상 기업의 순이익을 중심으로 실적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비용을 적절히 사용하는지 확인해 ‘짠물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값 비싼 경험이다.

 웹 2.0 분야에 대한 과잉 투자를 지적하며 ‘버블 2.0’이라는 용어를 벤처캐피털이 직접 만들어내 주위를 환기시킨 것은 투자자들이 이전 보다 세밀한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좋은 사례다. 펀드-IT의 찰스 킹 애널리스트는 “닷컴 거품의 붕괴가 IT 소비 침체에 곧바로 영향을 줬으며 당시엔 투자자 자신들이 무턱대고 투자를 해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며 “현재 상황은 IT 거품 붕괴 시점과 비교되지만 여러 학습 효과를 거친 투자자들이 보다 조심스러운 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 때와 상황은 다르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포천은 금융위기가 닷컴붕괴 때 보다 덜하다고 잘라 말한 순 없지만 닷컴위기 경험들이 현재 금융 위기가 줄 수 있는 충격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