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창립 총회 겸 산업보안관련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당시 세미나는 영국 HSBC의 아태보안총괄대표를 비롯해 일본 등 국내외 많은 전문가가 참가했다. 세미나에서 나는 GS칼텍스의 예를 거론하며 기업 정보에 합법적 접근 권한을 가진 보안 담당자가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보안 책임자가 CEO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HSBC 보안 책임자의 답변은 내외부로 나가고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해 비정상적 정보 유출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 프랑스의 한 은행에서 10억달러 불법 유출이 있었다며 만일 이런 일이 HSBC에서 발생하면 본인은 해고된다고 말했다.
이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해 위험관리는 필수인 시대가 왔다. 최근 언론에서 많이 다룬 키코(KIKO) 역시 정상적 활동을 잘하는 기업이 어느 한순간 환율 변동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은행 제안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 IT 리더스 포럼에서 모 연구소장이 2008년 경제 예측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미국의 경제가 서브프라임 위기로 2008년 상반기 최악이 될 것이며, 하반기까지 위기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 경제호황으로 한국은 4.7% 성장할 것이며, 중국은 미국과 탈동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년이 지난 지금 중국과 미국의 탈동조화는 일어나지 않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로 요동치고 있다. 최근 한 언론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자의 49%가 중국계 자본이며, 중국 경제도 미국 금융사와 연계돼 있어 부실이 우려된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 정부가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는 등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실물경제 위기 타파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의 총외자가 얼마인지, 또 자본의 내용은 무엇이며, 위험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외국 자본이탈을 막으려면 어떻게 금융과 관련 시장의 신뢰를 얻을 것인지 등의 국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검토하고 이를 이미 경험한 선진국의 경험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앨런 그런스펀은 파생상품의 위험을 간과했을 뿐 아니라 이자율에 대한 금리 정책에서도 실수했다. 미국은 80∼90%가 대출로 주택을 구입하는 상황인데 금리가 2%에서 6%까지 오르고 집값마저 폭락하면 저신용의 주택 대출자가 어떻게 버티겠는가. 초강대국인 미국도 CEO와 CFO의 정책 신뢰와 결정에 따라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생존이 결정되는 것이다. 미국 감기로 우리가 독감에 걸리는 것처럼 세계는 지금 글로벌 표준에 따라 움직이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1995년 11월 설립돼 전자금융에서 OTP 시장을 창출하고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OTP통합인증센터를 제안, 의무화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전 은행이 우리가 만든 OTP 제품을 구매했다. 그런데 현재의 경제 상황은 우리 같은 기술 집약형 중소기업에도 정말 두렵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시중 자금은 빌려 쓰기 어렵고, 원재료 수입 비용도 1.5배나 올랐다. 하지만 우리는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또 위기에 잘 대처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매일을 대처하며 고객에 최선의 만족을 주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다.
강형자/인터넷시큐리티 대표이사 susan@securit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