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덮친 `구조조정 쓰나미`

 불황이 실물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IT 기업들이 허리띠를 한층 단단히 졸라매고 있다.

 5일 로이터·월스트리트저널·EE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노키아·노텔·델 등 주요 IT기업들이 수천명 규모의 구조조정과 권고사직·무급 휴가 실시 등으로 공격적인 비용절감에 나섰다고 전했다.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는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4일 마케팅과 연구 부문 인력 600명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핀란드 투르쿠 소재 연구소도 완전히 문을 닫고 이곳의 연구원 220명을 다른 지역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노키아는 또 성장세가 둔화된 선진국 대신 신흥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춘 초저가 단말기 7종도 선보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신규 단말기 중 가장 싼 제품은 대당 25유로(약 4만원)에 불과하다.

 세계 2위 PC제조업체인 델도 이미 8900명의 직원을 정리한데 이어 추가로 5일 간의 무급 휴가 실시와 권고사직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을 내놨다. 이 회사는 오는 2011년까지 연간 비용을 30억달러 이상 줄인다는 목표다.

 북미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노텔네트웍스도 내주 중 최대 5000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EE타임스가 전했다.

 이는 노텔의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비용 절감 계획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대규모 인력 방출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현재 종업원 수는 3만 2000여명으로, 지난 2000년 인터넷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의 9만명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 같은 IT기업들의 잇따른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말 그대로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던칸스튜어트자산관리의 던칸 스튜어트 대표는 “단시일 내 이루어지는 대량 해고는 남아있는 직원은 물론 고객과 경쟁기업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유통체인인 서킷시티가 150여개 매장 폐쇄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애플이 아이폰 생산량을 40%까지 줄인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는 등 경기 침체의 여파가 IT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