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택배산업은 지난 1992년 시작됐다. 대문 앞에서 대문 앞으로 소화물을 하루나 이틀 내에 보내고 받는다는 서비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철도역이나 정기화물 취급점으로 노란 마닐라지 접수증을 들고 화물을 찾으러 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배가 등장한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오늘날 택배는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었다.
우선 우리가 많이 이용하는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을 살펴보자. 택배산업과 홈쇼핑, 인터넷쇼핑몰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무점포 유통업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집에서 편히 상품을 받아보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택배가 있어서였다. 지난 2000년 이후 택배시장은 매년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한국 연간 택배물량은 9억상자로 추정되며, 올해는 10억상자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1인당 연간 18회가량 택배를 이용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렇듯 국민 서비스 상품이 된 택배산업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택배맨의 일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한 택배 사원에게 일주일간 만보계를 부착하게 해 걸음 수를 거리로 환산했더니 무려 76㎞가 나왔다. 택배화물을 이고, 지고, 업고 일주일에 마라톤 풀코스 2회가량을 움직이는 셈이다.
이러한 택배사원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가끔씩 접하게 되는 고객들의 냉대다. 택배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도 열어주지 않고 그냥 대문 앞에 택배화물을 두고 가라는 고객, 때로는 오는 길에 다른 물건을 사오라는 잔심부름을 부탁하는 고객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택배사원은 무던하게 그려러니 하고 넘기지만 가끔 힘든 일상에 이런 일들이 더해지면 일로 피로해진 어깨가 더욱 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택배가 없다면 어떨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불과 몇 천원이면 택배로 보낼 수 있는 물건을 하루라는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직접 들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돈 들지 않는 ‘수고하셨다’는 말 한마디로도 택배사원들은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것을 고객들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임명주 대한통운 택배운영팀 과장 mjim@kore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