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 트로이카, 그래도 희망이다

 지난 10월 IT 수출이 최악의 성적표를 내보이면서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패널의 트로이카가 주춤한 것은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달 우리 IT 수출액은 122억3000만달러로 월간 기록으로는 역대 세 번째의 규모를 보였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반도체는 감소세가 지속됐다. 외형적으로는 성과였지만 사정은 다르다. 패널은 성장률 둔화, 반도체는 4개월 연속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조차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이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대외 여건은 이달 들어 급전직하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부진 공포 탓에 소비가 싸늘하게 식었다. 심지어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및 크리스마스 시즌 특수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내년에는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잇따르고 있다. 4분기에 직격탄을 맞게 된 IT 수출이 내년 이후까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고난의 행군을 펼치고 있는 한국경제에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팀목 휴대폰은 세계 시장 수요가 사상 첫 역신장을 기록할 것이라는게 대세고 반도체와 패널도 침체기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한국 IT 트로이카는 이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거대한 치킨 게임에 돌입하게 됐다. 치킨 게임의 속성상 살아남는 기업이 승자독식할 확률이 높다. 문제는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IT 트로이카가 갖는 한국 경제의 위상을 감안할 때 우리로서는 절대 질 수 없는 도박에 어쩔 수 없이 풀 베팅하는 꼴이다. 그렇다고 불안과 공포에 허덕일 필요는 없다. 한국 IT 트로이카는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시장이 재편되면 가장 큰 폭의 수혜를 기대해도 좋다.

 메모리 반도체가 좋은 예다. 1년여 진행된 생존 경쟁에서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아직도 흑자를 낸다. 비록 하이닉스가 적자 터널에서 고전 중이지만 삼성 다음으로 살아남을 유력 기업은 하이닉스가 꼽힌다. 디스플레이는 좀 더 느긋한 상황이다. 대만과 일본, 중국의 경쟁사들이 3분기부터 적자에 들어섰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4분기에도 흑자를 자신한다. 기술력, 자금력, 마케팅 및 브랜드 파워에 경영능력까지 결합된 종합 전투력을 배양한 결과다. 휴대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승자가 될 충분한 역량을 확보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팬택계열의 선전이 요구된다.

 이렇게 보면 적어도 버티기 싸움에서는 한국 트로이카가 잔인하고 고되지만 매우 유리한 경기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은 위기에 강한 기업,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능력이 있는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암흑 속에서도 찬란한 빛이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를 이겨내는 과정이다. 트로이카는 전후방 연결산업이 엄청나다. 고통을 분담하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절실하고 정부와 민간 모두 정밀한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세워 착오 없이 시행해 나가야 한다. 강철은 단련할수록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