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의 굴욕’ 중국 반도체 공장 투자 연기

 지난 8월 일본 엘피다 메모리는 중국에 대규모 D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D램 가격 급락으로 시황이 불안한 데다 회사는 연속 적자인 상황이었지만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사장은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며 중국 쑤저우벤처투자집단(SVG)과 함께 54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며 대대적인 설비 확장에 나서겠다던 엘피다가 3개월 만에 꼬리를 내렸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엘피다 메모리는 경영 환경 악화로 중국 투자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사장은 “경기침체에 빠지고 있어 지금은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엘피다 측은 그러나 계획 철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카모토 사장은 “시장이 호전되면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엘피다는 당초 2010년 1∼3월 중으로 D램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었다. 공장은 부지만 32만㎡며, 월 생산량은 4만장(300㎜ 웨이퍼 기준)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번 투자 연기로 공장의 규모나 생산량 모두 축소될 전망이다. 내년 3월까지 설비투자에 총 1000억엔을 쓰겠다던 엘피다는 10%를 줄인다고 밝혔다.

 현재 엘피다의 중국 D램 공장 완공일은 1년 정도 미뤄졌지만 이마저도 지켜질 지 미지수다. D램 가격 반등은 물론 수요 자체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엘피다는 지난 2분기(7∼9월)에도 손실을 기록해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엘피다의 7∼9월 동안 입은 손실액은 무려 319억엔이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