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땅에 씨앗을 심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중소업체 36개사가 경기 침체 한가운데 서 있는 미국의 한 도시에서 기술 보따리를 풀었다. 댈러스에서 개최된 ‘코리아테크프리뷰 2008’에 참가한 기업들이다. 어려움 속에도 행사에 참여한 업체가 펼쳐 놓은 기술은 지문인식, USB 무선라우터, 펜모양 컴퓨터 마우스,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 스마트 IP, 골프공 추적 GPS 등 다양하고 눈부시다.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세계 시장 개척의 엄두를 못 내던 기업들이 KOTRA의 글로벌 마케팅 경험과 경기도와 성남시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미주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댈러스는 그간 텍사스 지역의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에 기반한 에너지 중심도시에서 80년대 후반부터 첨단기술 산업을 근간으로 경제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댈러스 북쪽에는 에릭슨, 노텔 등 세계적 통신업체가 400개 이상 운집해 있다. 또 오스틴을 중심으로 삼성반도체, AMD, 프리스케일 등 유력기업도 대거 몰려 있다. 그야말로 IT산업의 총아라 불리는 통신과 반도체 업체가 속속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베스트바이, 라디오섹 등 거대 유통업체도 자리를 잡아 이들과 손잡으면 미주 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T 중소업체에는 새로운 시장 창출의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하지만 과실을 얻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경기 침체를 헤쳐나가야 하고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또 거래 기업과 신뢰도 쌓아야 한다. 그래도 시장에 들어선 기업은 언 땅에 씨앗을 뿌린 셈이다. 그 씨가 얼어붙은 겨울이 가고 봄이 와 싹을 틔우고 가을에 열매 맺는 날을 기대해 본다.
댈러스(미국)=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