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학협력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2008 산학협력 엑스포’가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국내 대학이 보유한 신기술을 산업계에 이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40여 대학이 참가해 그동안 미공개된 신기술 5000여건을 1000여기업에 선보였다. 특히 이번 기술들은 대학이 특허 출원한 지 1년이 안 된 것으로 향후 개량 발명 출원 등이 가능해 더욱 시선이 쏠렸다.

 우리나라 박사 인력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대학은 매년 수없이 많은 기술을 개발하는 원천기술의 보고다. 하지만 이런 고급 두뇌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이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고 사장되는 일이 많아 그동안 문제가 돼왔다. 실제로 옛 과학기술부 시절 대학이 신청한 특허권 중 60% 정도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자료가 발표된 적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대학의 연간 수입 가운데 기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 데는 학계와 산업계 간 교류의 장이 적고 그 폭이 넓지 않은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사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치고 산·학 협력이 활발하지 않은 곳이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가 가장 좋은 예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와 산·학 협력으로 첨단 기술을 누구보다 빨리 상용화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세계 IT산업의 메카가 됐다. 스탠퍼드 역시 산·학 협력에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했다.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은 시장이 원하는 기술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신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시대에서는 기술보다 시장이 오히려 승패를 좌우한다.

 1980년대 비디오 재생기술 전쟁에서 더욱 우수한 기술을 가진 소니가 마쓰시타의 VHS에 패한 것은 좋은 예다. 반면에 2000년대 들어 소니가 차세대 DVD 기술에서 도시바를 누를 수 있었던 것은 워너브러더스 같은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를 더 많이 우군으로 확보, 시장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이 둘의 예는 기술의 우월성보다 시장에 부합하는 기술과 제품이 더욱 중요함을 잘 말해준다. 활발한 산·학 협력은 만성적으로 시달리고 있는 로열티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지난 2006년 기준 우리나라는 30억달러에 가까운 기술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해 15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와 너무 비교된다. 기술무역 적자액은 20억달러를 돌파한 지난 2002년 이후 계속 증가세에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커넥트 코리아 사업’ 등을 거쳐 연간 수백건의 대학 기술을 산업계에 이전해왔다. 이 가운데 일부는 외국의 기술을 대체, 로열티를 줄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 최근 한양대를 비롯해 국내 대학이 잇달아 기술지주 회사를 만들면서 대학도 이제 기술을 파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아직 우리 대학의 기술이전과 상용화는 미국·유럽 등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미국을 보면 대학의 기술 수입이 우리보다 10배 이상 많다. ‘3만달러 시대를 선도하는 산·학 협력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이번 엑스포의 주제처럼 산·학 협력의 양과 질이 선진국처럼 높아지지 않고서는 미래 기술경쟁시대에서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이번 엑스포는 이를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