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대표기업 KT가 휘청거린다. 주력사업 침체와 신규사업부진 속에 남중수 전 사장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국민 기업으로서 KT 이미지와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KT 안팎에서 ‘1981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2002년 민영화 이후 최대의 위기’ ‘ 총체적 위기’라는 말이 회자된다. KT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 민영화를 계기로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면모를 일신한 KT가 일련의 사태로 다시 한번 변화와 혁신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KT는 신임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위한 공모에 돌입했다. 공모는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KT는 공모 절차와 별도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도 후보자를 물색하는 동시에 적임자 추천도 병행한다. KT가 명실상부한 통신 대표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신임 사장의 자격 조건이 무엇인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통신 매출 1위라는 화려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그간 KT의 고민과 위기의식은 남달랐다. 주력 사업인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완연한 하락세다. 성장동력으로 추진해 온 ‘와이브로’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새로운 수익 창출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05년 이후 KT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제자리 걸음이다.
KT는 올해 초 ‘매출 12조원 돌파’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 7월 11조900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영업이익 목표도 1조5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낮췄다.
이처럼 위기의식이 한껏 고조되는 가운데 최고경영자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당장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KTF와의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게 됐다.
KT 고위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남 전 사장의 중도하차 전후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KT가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성장 정체에 직면한 KT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및 추진,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겸비한 능력있는 인재가 신임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주장이 KT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갈수록 고도화 되는 융합시대에 통신은 물론 방송까지 아우르는 안목과 검증된 경영능력을 갖춘 방송·통신 전문가가 KT 신임 사장으로 적임자라는 설명이다.
남 전 사장 구속에 앞서 KT에 대한 수사설이 제기되자마자 신임 사장 후보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게 제기됐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만 해도 10여명이 넘을 정도다.
이른바 ‘MB맨’으로 알려진 친정부 인사들이 대거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주주가 없는 KT의 현실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잖은 ‘외풍’에 시달려온 KT 내부에서는 권력 핵심부를 비롯 정치권이 아직도 KT를 공기업으로 보고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 KT 후임 사장으로 친정부 인사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다. KT에 대한 수사와 남 전 사장 구속이 MB정권의 KT 장악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 전 사장이 구속되자마자 KT 노동조합을 비롯해 정치권까지 가세, “낙하산 CEO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사추위가 주목해야 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바꿔 새 수익원 창출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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