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휴대폰 시장 진출 11년만에 1위에 등극했다.
국내 업체가 미국 휴대폰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SA의 3분기 미국 휴대폰 시장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2.4%(1060만대)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모토로라가 21.1%(1000만대)로 2위, LG전자는 20.5%(970만대)로 3위를 차지했다. 상위 3개사의 점유율 차이는 2%P 이내로 치열하게 접전을 펼쳤다.
한편 블랙베리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RIM사가 10.2%(490만대)로 4위를 기록했으며,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8.4%(400만대)의 점유율로 미국 시장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시장 구도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휴대폰을 중심으로 히트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현지 이통사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모토로라가 자국 시장에서 지키던 마지막 아성마저 허물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작년 2분기 전체 판매대수에서도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2위 휴대폰 업체에 등극한 바 있다.
<뉴스의 눈>
미국은 통신 기술의 본고장으로 연간 2억여대의 휴대폰이 판매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가 1위에 등극했다는 것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우선 합리적인 소비 패턴을 보이는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휴대폰으로 구축한 삼성전자의 브랜드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또 현지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마케팅과 이통사와의 협력 관계 강화가 성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모토로라, LG전자를 포함한 상위 3개사의 치열한 접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주도권 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내년 미국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힌다는 목표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7년, 스프린트에 43만대의 CDMA 휴대폰을 공급하며 미국 휴대폰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삼성전자는 후발 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유방암 예방 후원 등 사회 공헌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차별화된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강화했다. 독특한 플립업 디자인과 미국 최초로 무선인터넷을 구현한 ‘플립업폰(SCH-3500)’은 2000년 최고 인기 모델로 부상하며 450만대 이상 판매됐다.
최근에는 대중문화와 프로 스포츠에 열광하는 미국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휴대폰은 고객 충성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올 7월, 미국 휴대폰 누적판매 1억5000만대를 넘어섰다. 이 같은 성과는 미국인 2명 중 1명이 삼성 휴대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대일 삼성전자 미국통신법인(STA)장은 “향후 스마트폰과 터치폰을 비롯한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고 이통사와의 협력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미국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확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