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오바마시대의 남북관계

[통일칼럼]오바마시대의 남북관계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바마 당선자는 후보 시절 북한을 비롯해 문제 있는 나라를 직접 방문할 의사가 있으며, 직접 대화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오바마가 당선돼 많은 기대를 할 것으로 본다.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미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보였는데 부시 행정부가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다시 북한에 우호적인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고, 더욱이 국제사회의 소수세력을 이해하는 오바마가 당선됐으니 북한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의 하나 북한이 1994년 10월 제네바 핵 합의 당시를 떠올리며 이른바 통미봉남을 재연할 생각이 있다면 일찌감치 생각을 접는 것이 좋다. 당시 통미봉남이라는 현상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북한을 조금만 더 압박하면 붕괴시킬 수 있으며, 독일과 같은 통일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붕괴되면 핵 확산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일단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급하게 제네바 핵 합의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당시와 비교할 때 지금은 완전히 환경이 다른 상태다. 우선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대화의 틀이 확고히 형성되어 있다. 비록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국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한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핵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방식에서 한국과 미국이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통미봉남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다음으로 한미관계가 예전과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경제는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사실상 오바마가 당선된 결정적 이유도 결국 금융위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오바마가 지목된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위기를 해소하는 데 최우선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 방법론으로 제시되는 것이 글로벌 협력이며 새로운 브레튼우즈 시스템 구축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가장 많은 달러화를 유통시키는 국가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 세계 12위 무역국이며 아시아에서 금융시장을 가장 많이 개방한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의 금융위기 돌파를 위해 가장 좋은 파트너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도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해 국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또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대체관계로 인식하고 북한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미국 시각에서는 반미 성향이 있다는 의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반미성향에 대한 미국의 의심 자체가 없다. 북한 측에서 볼 때 북-중 관계가 한창 좋을 때 한국이 과연 통중봉북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미국과 북한관계는 핵문제에 국한되고 있지만 한미관계는 전 세계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오히려 미국과 통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핵문제를 제외하고는 한국정부의 의사에 역행해 가면서까지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seridys@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