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갖가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연초부터 어려움을 겪어온 중기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생존마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중기의 3분의 1이 투기 등급에 해당한다는 한국은행의 충격적인 조사 결과도 있었다. 대출 연체율이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기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정부가 모든 대책을 강구해 중기 살리기에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그동안 정부는 일시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기를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회생특례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기의 앞날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 현장대책회의’가 열려 중기의 공공구매 판로 확대를 위해 8조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의 대책이 발표됐다. 이 방안에 따르면 중기 납품에 대한 즉시 현금 지급액이 현행 5조5000억원에서 8조8000억원으로 늘어나고 납품 이전 단계의 선금도 20∼50%에서 70%로 확대된다. 또 영세 소기업의 공공시장 참여 확대를 위해 1억9000만원 미만의 소액 물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입찰에서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로 전환하고, 그동안 소기업에 불리했던 신용평가 대신 직접생산 확인이 시행된다.
무엇보다 중기 제품 납품 단가 현실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 시 신속한 납품 단가 조정을 정부가 적극 도모하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계약서만으로 대금의 80%를 대출해주는 네트워크론을 3개 은행에서 전체 은행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자금 압박을 겪는 중기의 숨통을 다소나마 틔워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현재 공공기관의 연간 구매 물량은 전체 중기 시장의 18%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들은 중기의 공공시장 입지를 그만큼 넓혀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뿐 아니라 기술력 있는 중기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이 개발한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또 막대한 규모의 방위산업 분야에서 중기 참여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시행이다. 이전에도 정부는 중기를 위해 판로 지원 정책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이 체감하는 효과가 얼마나 됐는지는 회의적이다.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거나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이행과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자금과 판로 지원은 관련 기관이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기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은행에 대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대출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정책 따로 현실 따로인 것이다. 이 대통령도 이날 한 중소기업을 방문해 “많은 정책이 있지만 정책이 바닥까지 흘러 내려오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정책 마련뿐 아니라 철저한 이행과 점검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기에 실질적 희망을 줘야 한다.